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 강남 지역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 강남 지역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방안을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다주택자들은 그간 보유하고 있는 집을 처분하고 싶어도 어려웠다. 양도소득세 중과로 최대 82.5%에 달하는 세율이 적용돼서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서울 외곽부터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유하고 있던 집 가운데 우선순위가 낮은 것부터 정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강남 3구 등에선 매물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여서다.

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인수위 경제1분과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이달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했다.

최상목 경제1분과 간사는 "내부 논의를 거쳐 부동산 세제 정상화 과정 중 첫째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4월부터 1년간 한시적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에 노력하기로 했다"며 "다주택자 중과세율 배제는 과도한 세금 부담 완화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로 (윤석열 당선인이) 국민께 이미 약속한 공약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최상목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 사진=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 사진=연합뉴스
이어 "2022년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다주택자 보유 부담이 매우 올라갈 것으로 보여 미리 조치해야 한다"며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과도한 다주택자가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오는 6월1일 전에 주택을 매도할 수 있도록 부담을 덜어주고 매물 출회를 유도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에서 다주택자 중과세율 한시 배제 방침을 4월 중 조속히 발표하고 발표일 다음 날 양도분부터 적용되도록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줄 것을 요청한다"면서 "현 정부에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새 정부 출범 즉시 시행령을 개정해 정부 출범일인 5월10일 다음 날 양도분부터 1년간 배제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면 다주택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매물이 시장에 풀릴 수 있단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다주택자는 기본세율 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30%포인트를 중과해 최고 75%의 양도세율을 적용받는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세율은 82.5%로 치솟는다.

그간 높은 양도세율로 다주택자들은 집을 매물로 내놓기 어려웠지만, 이번 조치로 다주택자 역시 최고 45%의 기본세율을 적용받아 세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이에 서울의 경우 외곽부터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반면 강남권에서는 매물이 품귀현상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집을 팔거나 집을 줄이는 선택을 통해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여서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강남 현금 부자들이 서울 외곽지역에 투자용으로 보유한 집들이 매물로 먼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차익을 거두려는 목적으로 정리한다면 강남보다는 강남 외 지역에 보유한 물건부터 정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양도세·종부세 상담 안내문이 붙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양도세·종부세 상담 안내문이 붙었다. 사진=연합뉴스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B 공인 관계자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는 서울에서 상급지로 꼽히는 지역"이라며 "다주택자들이 기존에 보유한 물건을 정리하고 강남 내 더 좋은 입지를 가진 단지나 강남 외 지역에서 강남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강남 3구에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시장 전반에 매물이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단 반론도 있다. 윤 당선인이 내놓은 공약 가운데 보유세 완화 방안 때문이다. 공약집에는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 '보유 주택 수에 따른 차등 과세를 가격 기준 과세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다주택자에 적용하는 종합부동산세 중과 세율을 없앤단 뜻이다. 지금 당장 매물을 내놓기보단 일단 보유하겠다는 다주택자가 있을 수 있다.

한편 강남 3구 매물은 대선 이후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 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송파구 매물은 전날 기준 8502건으로 대선 이후인 10일 9076건보다 574건(6.34%)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서초구는 9755건에서 9326건으로 429건(4.39%), 강남구는 1만3401건에서 1만3856건으로 455건(3.28%) 감소했다.

집값은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초, 강남, 송파 등 강남 3구 집값은 3월 마지막 주(28일) 기준 상승 혹은 보합권에 접어들었다. 서초구와 강남구는 2주 연속 0.01%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송파구도 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