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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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소형아파트의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부동산가격 하락 기대감이 커지고 ‘패닉바잉(공황구매)’ 심리가 잦아들면서 실수요 위주로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의 22개 주택형 가운데 9개 타입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서울에서 미달이 발생한 것은 2020년 9월 동대문구 장안동 ‘장안에스아이팰리스’ 이후 약 1년 반 만이다.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강북종합시장 재정비사업을 통해 총 216가구 규모로 지어지는 주상복합단지다. 공급 대비 수요가 월등히 많은 서울내 분양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비쌌던 데다 소형이라는 점에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미달된 타입은 전용 78㎡ 한 타입을 제외하면 모두 전용면적이 18~23㎡에 불과한 초소형이었다. 분양가는 전용 18㎡이 3억6000~7000만원, 25㎡타입은 5억원에 달했다.

경기남부권에서도 3000가구에 가까운 대단지에서 소형 주택형이 대규모 미계약 됐다.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평촌자이아이파크는 오는 8일 미계약된 41가구에 대한 무순위청약을 받는다. 1월 분양했던 153가구중 소형인 39㎡타입이 대부분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다. 총 22개동 2737가구 규모 대단지인 이 아파트는 2018년 분양해 지난해 12월 준공승인까지 마쳤다. 부지내 공동주택 한 동이 더 들어서게 되면서 후분양 잔여물량 등을 포함해 1월 추가분양을 진행했다. 결국 추가분양분 가운데 26.8%에 달하는 물량이 미계약됐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 피로감과 대출규제 등 각종 부동산 규제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투자수요가 많은 시장에서는 소형이나 유사주택 등에도 가수요가 몰리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주택은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매매시장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주(2월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운데 전용 40㎡이하 매매가는 0.07%떨어져 전 주택형 가운데 가장 하락폭이 컸다. 40㎡이하서울 초소형 아파트는 지난 1월초 상승세를 멈춘 이후 매주 조금씩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이번주 전용 60~85㎡는 0.03%떨어졌고 85~102㎡는 보합을 기록했다. 전국이나 수도권 단위로도 이번주 40㎡이하 아파트 매매가는 각각 0.04%떨어져 모든 주택형 가운데 가장 낙폭이 컸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청약세장에서는 이미 올 들어 입지 구조 분양가 등에 따른 옥석가리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실거주가 어려운 초소형 등에 대한 인기도 자연히 사그라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