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굳게 닫힌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유네스코점과 비어있는 상가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문이 굳게 닫힌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유네스코점과 비어있는 상가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알바생은 다 나가고 저 혼자 남았어요. 장사가 안되니 사장님도 어쩔 수 없겠죠. 올해도 글렀다며 가게 접을 생각까지 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명동 화장품점 아르바이트생 A씨)

"외국인 관광객이 주 고객층이었던 가로수길 메인거리는 거의 죽은 거나 다름없죠. 그나마 내국인들 대상으로 식당했던 세로수길은 유지되고 있습니다."(신사동의 공인중개사 B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3년째 접어들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상권인 명동과 신사동 가로수길이 쇠락하고 있다. 대출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을 선택한 자영업자들은 2년 연속 1만건을 넘었다.

코로나19 초기에 '착한 임대료'를 내걸었던 건물주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제대로 임대료를 받지도 못했거나, 새 임차인을 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임대료를 낮추기 어렵다보니 임차인이 쉽게 구해지지 않아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임대료 인상률은 5%를 초과할 수 없다. 때문에 한 번 임대료를 내렸다가는 경기가 반등해도 제 값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제 아무리 착한 임대인이라도 임대료 인하를 내걸 수 없는 이유다.

빈 상가에 텅빈 거리…"절반이 공실"

14일 찾은 명동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스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서울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시작하는 초입부터 건물이 모두 비어있던 탓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비싼 땅이었던 충무로2가 로이드 명동점은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은 채 비어 있었다. 매출의 80~90%가 중국인 관광객에게서 나오던 탓에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자 결국 버티지 못한 것이다.
한산한 모습의 가로수길.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한산한 모습의 가로수길.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맞은편의 액세서리 브랜드 매장과 화장품 매장들도 비어있긴 매한가지였다. 이러한 공실은 명동 곳곳에서 발견됐다. 건물 전면에 사철나무가 있었던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유네스코점은 말라버린 나무와 함께 문을 걸어 잠갔고 2019년 철수한 레스모아 명동점의 자리는 2년 반이 지나도록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문을 연 가게들도 중국어나 일본어로 호객하는 일 없이 직원들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명동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50.1%, 소규모는 50.3%로 절반을 넘었다. 매출 감소도 눈에 띈다. 서울시 우리마을 가게 상권분석서비스 빅데이터에 따르면 명동의 대표 업종이던 화장품의 점포당 평균 매출액은 지난해 9월 7087만원까지 쪼그라들었다. 2019년 9월 1억8248만원에 비해 62% 급감했다. 명동상권 204개 화장품 점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강남의 대표 상권인 가로수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하철 3호선 신사역 부근의 초입부터 공실이 눈에 띄었다. 가로수길의 랜드마크였던 커피스미스 1호점이 있던 자리에는 영업 중지와 임대 안내문이 붙었고 아기자기한 캐릭터샵이 있던 건물도 휑하니 비었다. 올리브영과 투썸플레이스가 있던 초입 건물이나 자라홈과 스파오가 있던 길 끝 건물도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가로수길 명소였던 커피스미스 1호점에 영업중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가로수길 명소였던 커피스미스 1호점에 영업중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650m 남짓한 가로수길을 10분 정도 걷는 동안 비어있는 1층 점포만 33곳에 달했다. 가로수길을 직접 접한 62개 상가 중 18곳은 건물 전체가 공실이었다. 두 곳 건너 한 건물 꼴로 비었는데, 그나마도 손님으로 북적이는 곳은 애플스토어가 유일했다.

침체된 분위기와 달리 집계된 공실률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신사역 일대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5.6%, 소규모는 4.4%로 나타났다. 매출도 업종에 따라서는 늘어난 경우도 있었다. 화장품 점포당 평균 매출액은 지난해 9월 6050만원으로, 2년 전 1억8547만원에 비해 68% 급감했다.의류 점포당 평균 매출액은 지난해 9월 9685만원으로 2년 전 8680만원에 비해 11% 늘었을 뿐이었다.

지역 상인과 중개업소들은 해당 조사의 범위가 신사역에서 시작해 넓은 범위를 아우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로수길 등 인근 지역 상권 일부는 고객 유입이 꾸준하다고 했다. 폐업을 준비 중이라는 C씨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절반으로 낮춰줘 그나마 버텼지만, 더는 어려워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점포정리 할인을 내걸었어도 방문객이 많진 않다"고 말했다.

"착한 임대인은 오래하기 어려워"…상가임대차 보호법 '뒤통수'

높은 임대료는 여전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가로수길 임대료는 1층 기준으로 60㎡(약 20평)에 월 2000만원 수준이었다. 세로수길은 30㎡(약 10평)에 월 500만원대에 임대료가 형성됐다. 코로나19로 장사가 어려워져 자영업자는 죽을 맛이라고 하지만, 임대료는 낮춰지지 않았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건물주들이 기존 임차인들에겐 임대료를 일시적으로 할인해주기도 했지만, 가격 자체를 크게 낮추진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나서서 월세 안내도 쫒아내지 못하는 법까지 만들어내니, 처음에는 임대료 할인에 고마워하던 자영업자들이 버티다가 돈받고 나가더라"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법은 2020년 9월 통과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상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임차인이 임대료 감액을 청구할 때 하한선을 두지 않았다. 여기에 임차인이 임대료를 최대 6개월까지 연체하더라도 계약 해지나 갱신 거절 사유에 해당하지 않도록 특례 조항도 마련했다. 현행법상 임차인이 3개월치 임대료를 내지 않으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었는데, 6개월이 늘어나 9개월까지 버틸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면서 건물주와 자영업자 모두 고통을 받았다는 점이다. 임대료를 깎았다가 다시 올릴 때는 '5%상한룰'을 적용하지 않지만, 새로 임차인을 들일 때에는 소용없다. 새 임차인을 구할 때 임대료를 낮출 수 없는 이유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기존 임차인이 업황을 회복하고 임대료를 종전과 받는 게 낫지만, 현실적으로 임차인은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대출에 의존했다가 파산까지 내몰리는 상황은 통계로도 엿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개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SC·씨티)의 개인사업자대출 규모는 221만3000건, 25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각각 58.6%, 23.1% 늘었다. 서울회생법원의 개인 파산 신청 건수도 2019년 9383건에서 2020년 1만683건, 2021년 1만873건을 기록하며 2년 연속 1만건을 넘었다.

한편 15개 자영업자 관련 단체가 모인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은 "수많은 자영업자가 고통을 호소하며 폐업하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며 이날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