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 내 집 마련 소요 기간 21년으로 분석
서울시 발표한 13.5년과 차이 커
PIR 계산 때 가구소득·주택가격 얼마로 설정하느냐가 변수


서울에서 집을 사기 위해서는 21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꼬박 모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와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들에게 좌절감을 주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에서 집을 사기 위해서는 21년 치 월급을 전부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에는 11.8년 소요됐으나 최근 집값 상승으로 인해 9.2년이나 더 걸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서울시가 13.5년 걸린다고 발표했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서울에서 집을 사는 데 걸리는 기간을 21년으로 보는 게 타당할까, 아니면 서울시가 발표한 13.5년이 합리적일까.
 월급 21년 치 꼬박 모아야 서울에서 집 산다?
두 기관은 주택구매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PIR(Price Income Ratio)을 통해 주택구매에 걸리는 기간을 계산했다.

PIR은 가구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의 비율로, 가구소득과 주택가격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진다.

실제로 한경연과 서울시가 사용한 데이터는 다르다.

먼저 주택가격 산정때 한경연은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인 9억1천911만원을 채택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아파트가 가장 인기가 많고 대표적인 주택 유형이라고 생각해 아파트 가격만 집계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시는 아파트뿐 아니라 연립주택,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등 1만5천가구의 실태조사 결과를 주택가격으로 사용했다.

서울시는 주택가격이 얼마로 평가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이 아파트보다 싼 것을 고려하면 한경연이 매긴 주택가격보다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가구 연소득을 산정할 때도 한경연과 서울시는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

한경연은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의 월임금에 12를 곱한 4천384만원으로 계산했다.

반면 서울시는 근로소득뿐 아니라 사업소득, 재산소득, 이전소득 등을 더한 월평균 경상소득에 12를 곱했다.

서울시는 연소득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근로소득 외에 다른 소득까지 더한 만큼 한경연이 산정한 연소득보다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두 기관이 PIR을 계산하면서 사용한 데이터중 분자로 사용된 주택가격은 한경연이 높게 잡고 분모인 연소득은 서울시가 높게 설정한 데 따라 결과값에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여겨진다.

기준연도에서도 1년의 차이가 있다.

한경연은 2021년, 서울시는 2020년이 기준이었다.

동일 연도로 비교하기 위해 한경연의 분석방법으로 2020년 PIR을 계산하면 19.3이 나와 서울시보다 약 6년 더 걸린다.
 월급 21년 치 꼬박 모아야 서울에서 집 산다?
그렇다면 PIR을 계산할 때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는 게 타당할까?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금에는 자기 소득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며 "연간 소득을 더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근로소득에 기타 소득들을 더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금, 즉 근로소득을 사용해야 연봉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기간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대개 근로소득을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연 소득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기준에 정답은 없다"며 "목적에 맞는 지표를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