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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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 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서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아파트값 조정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1% 내려 1년8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하지만 한국경제신문이 28일 부동산 전문가 5명을 대상으로 이번 설 이후 부동산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 “서울을 중심으로 다시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공급 부족이 여전한 상황에서 대선(3월)과 지방선거(6월) 과정에서 나온 개발 공약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주택 매수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가능한 한 빨리’라는 의견과 ‘조급해하면 안 된다’는 신중론이 엇갈렸다.

설문에 참여한 5명 중 3명은 설 이후 주택 매매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만성적인 공급 부족, 전세시장 불안 등 지난해 집값 상승을 일으켰던 시장 환경이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겠지만 대선 후 집값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란 응답도 한 명 있었다.
"집값, 대선 후 오르겠지만…상승폭 크지 않을 듯"
다만 올해 상승률은 작년보다 줄어 3%를 밑돌 것이란 예측이 대부분이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만 서울 아파트값이 10% 이상(지방은 7%) 오를 것으로 봤다. 이 연구원은 “서울 진입을 원하는 대기 수요는 여전히 풍부한 데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작년 같은 급등은 없겠지만 여전히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했다.

2020년 7월 31일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담은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되는 하반기 전셋값이 크게 올라 매매시장을 자극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셋값이 상승하면 매매로 눈을 돌리는 실수요자가 늘 수밖에 없다”며 “최근 집값 조정세가 두드러진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의 6억원 안팎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유일하게 집값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지난 2~3년간 집값이 너무 올라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고 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최근 하향 안정세가 뚜렷한 전셋값도 설 이후 매매가격 상승률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5명 중 3명이 5% 이상 상승할 것으로 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년간 전·월세상한제(5% 룰)에 갇혀 있던 물량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 시세와의 ‘키 맞추기’가 이뤄지면서 전셋값 상승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택 매수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고 교수와 이 연구원은 “가능한 한 빨리”라고 했지만, 나머지 전문가들은 “집을 살 때가 아니다”(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서두를 필요 없다”(함 랩장) 등의 답을 내놨다. 심 교수는 “3기 신도시 등에 청약을 넣는 것은 괜찮지만, 대출을 끼고 기존 주택을 매수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유망 투자처에 대한 의견은 전문가 제각각이 달랐다. 고 교수와 고 원장은 자영업 침체에도 투자 열기가 높은 ‘꼬마빌딩’을 추천했다. 이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으면서 교통망이 개선되고 있는 지역을 꼽았다.

하헌형/이혜인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