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에 장사 없네"…서울 아파트 20개월 만에 하락
대출 막히며 매수세 위축
'노도강' 하락폭 두드러져
강남권도 보합세 근접
대선이후 정책이 변수될 듯
한국부동산원이 27일 발표한 1월 넷째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1% 하락했다. 지난달 첫째주(0.10%) 이후 7주 연속 상승세가 둔화하다가 이번주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한 건 2020년 5월 넷째주(-0.02%) 이후 약 1년8개월 만에 처음이다. 당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여서 아파트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했다. 이후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2020년 7월 31일)으로 인한 전셋값 급등까지 더해지면서 집값은 급등 열차를 탔다. 신혼부부나 젊은 층 사이에서 ‘패닉 바잉(공황 구매)’ 열풍이 불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긴축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최근 주식, 암호화폐 등 자산 가격이 급락했고 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코로나19 사태 직전과 같은 수준인 연 1.25%로 상향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글로벌 통화긴축 우려 등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 증가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추가 금리 인상과 전세가격 하락 등 다양한 하방 압력이 맞물리면서 서울 전체가 하락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주 서울 25개 자치구 중 11개구의 집값이 떨어지고 6개구는 보합을 기록했다. 중저가 아파트가 모여 있는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선 매물이 쌓이면서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 강북구(-0.03%)는 미아동 대단지 위주로, 노원구(-0.03%)는 상계·중계동 위주로 내렸다.
도봉구(-0.02%)는 쌍문·방학동 구축 아파트 위주로 떨어졌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59㎡는 지난해 10월 7억8000만원에 신고가를 썼지만 이달엔 7억원에 거래됐다.
강남권도 본격적인 하락 전환이 임박했다. 이번주 서초구와 강남구는 각각 0.01% 상승하며 보합에 근접했다. 송파구(0.00%)는 보합 전환했고 강동·동작구는 각 -0.01%로 내림세로 돌아섰다.
경기 아파트값도 보합으로 돌아섰다. 2019년 8월 셋째주 이후 약 2년5개월 만에 상승세가 멈췄다. 인천을 제외한 5대 광역시도 2020년 5월 첫째주 이후 약 1년9개월 만에 보합 전환하는 등 전국적으로 아파트 시장이 진정된 분위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긴축 움직임으로 인해 유동성 덕분에 부풀려진 자산 가격의 거품이 빠르게 빠지고 있고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다”며 “다만 대선 이후 규제 완화 등 정책 변화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다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시장도 주춤하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0.00%)은 2019년 6월 넷째주 이후 약 2년7개월 만에 보합 전환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문의가 한산한 가운데 전세대출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쌓이고 있다. 이번주 경기와 인천 전셋값이 각각 0.02%, 0.06% 내리면서 수도권도 하락세(-0.02%)로 돌아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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