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아파트 매물 39% 늘어나는 동안
3기 신도시 예정지 부근은 2~4배 '급증'

발표 당시에도 "집값 하락" 우려 쏟아져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마련된 현장접수처에 3기 신도시 사전청약 관련 안내물이 마련돼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마련된 현장접수처에 3기 신도시 사전청약 관련 안내물이 마련돼 있다. 사진=뉴스1

3기 신도시 예정지 인근에 아파트 매물이 쌓이고 있다. 3기 신도시 청약 대기 수요에 기존 아파트 매수세가 사라진 탓이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전청약이 이뤄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창릉지구와 마주한 원흥동에는 매물로 나온 아파트가 1년 전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었다. 집값 상승과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세가 감소하며 동반된 매물 적체 현상은 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원흥동의 증가율은 이와 비교해도 확연히 높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 자료를 봐도 나타난다. 2021년 1월 25일 37건에 불과했던 원흥동 매물은 지난 25일 122건으로 329.72% 급증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 전체 매물은 6만4559건에서 8만9949건으로 39.32% 증가하는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원흥동의 매물 증가율이 경기도 평균의 9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주변 다른 지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창릉지구와 맞닿은 도래동은 이 기간 매물이 148건에서 289건으로 95% 증가했다. 창릉지구 북쪽에 위치한 삼송동 역시 88건에서 142건으로 매물이 60% 넘게 늘었고, 동쪽의 향동동도 42건에서 180건으로 428% 급증했다.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매물 적체의 원인으로 3기 신도시 창릉지구를 꼽는다. 원흥동의 한 중개업자는 "전국적으로 거래가 줄어 매물이 쌓였다지만, 이 지역 상황은 더 심하다"며 "최근 3기 신도시 관련 문의가 늘었는데, 구축 매매를 권하면 '새 아파트를 두고 굳이 구축을 살 이유가 있느냐'는 답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자도 "창릉지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기존 아파트는 소외되는 모습"이라고 털어놨다.
고양 창릉지구 조감도. 사진=국토교통부

고양 창릉지구 조감도. 사진=국토교통부

이는 3기 신도시 발표 당시에도 제기됐던 우려였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9월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고 그해 12월 남양주 왕숙지구, 하남 교산지구, 인천 계양 계양테크노밸리를 대상지로 발표했다. 2019년 5월 고양 창릉지구와 부천 대장지구가 추가됐고 2021년 2월 광명시흥지구와 8월 의왕군포안산, 화성진안이 대상지로 더해졌다.

3기 신도시가 발표되자 곳곳에서 반대가 이어졌다. 공급물량이 쏟아지면 주변 집값이 하락하고 교통난도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3만8000가구 규모 창릉지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창릉신도시 발표 이후 고양시 일산서구 중앙로에 위치한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의 국회의원 지역사무실 앞에서는 3기 신도시 지정을 철회하라는 고양일산·파주운정·인천검단 주민들의 집회가 열렸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창릉지구 발표 이후 고양시 집값은 10월 셋째 주까지 24주 연속 하락했다. 이 기간 누적 하락폭만 -1.84%에 달한다. 창릉지구에 대한 기존 주민들의 반감과 더불어 집값까지 지속 하락하면서 지역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고, 김 전 장관은 이듬해 1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주민들의 우려대로 창릉지구는 내 집 마련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 4차 사전청약 공공분양에서 고양창릉은 1125가구 모집에 4만1219명이 몰리며 36.6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서북권 접근성이 뛰어나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창릉역도 예정됐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본청약은 2025년, 입주예정 시기는 2027년으로 예정됐다.
7만 가구 규모의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지구에 포함된 광명시 옥길동 일대.  /사진=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7만 가구 규모의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지구에 포함된 광명시 옥길동 일대. /사진=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다른 3기 신도시 예정지 역시 인근 주거지역에 매물이 쌓이긴 마찬가지다. 남양주 왕숙지구 인근의 진건읍은 매물이 1년 사이 31건에서 79건으로 254% 늘었고 하남 교산지구와 마주한 신장동 역시 161건에서 305건으로 89.4%의 증가율을 보였다.

두 곳 모두 최근 진행된 사전청약 공공분양에서 높은 인기를 얻은 바 있다. 2차 사전청약에서 남양주 왕숙2는 34.2대 1의 경쟁률을, 4차 사전청약에서 남양주 왕숙은 19.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남교산도 3차 사전청약 경쟁률이 52.4대 1에 달했다.

내년 사전청약이 예정된 광명시흥지구 주변에도 벌써부터 매물이 쌓이고 있다. 토지보상도 아직일 정도로 진행속도가 더디지만, 7만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기에 일찌감치 대기수요를 형성하며 주변 시장에 영향을 준 결과로 풀이된다.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제2경인고속도로를 경계로 광명시흥지구와 마주한 시흥 은행동(은계지구)는 단지마다 수십개의 매물이 쌓였다. 1년 전 251건이던 매물은 535건으로 213% 증가했다. 광명시흥지구 북쪽에 위치한 부천시 범박동 역시 146건이던 매물이 247건으로 69% 늘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美IAU교수)은 "서울 주거선호지역의 경우 매물이 그리 늘지 않았다"며 "선호도가 떨어지는 경기 외곽부터 매물이 증가하는 가운데, 인근에 3기 신도시 예정지가 있는 곳들은 청약 대기수요가 더해지며 매물 적체가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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