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구역 세입자 보상 확대…"알박기는 어쩌나"
앞으로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후 전입한 세입자라도 주거이전비 등을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정비사업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져 발생하는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보상 기준을 완화하기로 해서다. 일각에선 이른바 ‘알박기’를 하는 악성 세입자를 양산해 사업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오는 6월까지 재개발 주거이전비 보상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마련된다.

지금은 구역지정 공람 공고일 기준 3개월 이상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만 가구원수별로 4개월치 이주비를 보상해준다. 무허가 건축물이라고 해도 1년 이상 거주가 확인되면 보상 대상이다.

앞으로는 구역 지정일 이후 일정 기간 안에 전입했다면 주거이전비 보상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조합 입장에서 법적 의무가 아닌 추가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선택사항’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구역 지정일 이후 보상 대상 기간 범위, 용적률 인센티브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의견을 반영해 결정하기로 했다.

국토부가 세입자 보상 기준을 완화하기로 한 것은 정비사업에 오랜 기간이 걸리면서 상당 기간 거주하고도 보상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을 구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서울 시내 2019~2020년 입주 단지를 조사한 결과 정비사업을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13년에 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용적률 인센티브에 따른 실익을 고려해 추가 보상 여부를 조합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보상 대상이 아닌 세입자와의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도 많아 전체 사업 추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비업계에선 그러나 조합과 세입자 간 갈등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구역이 지정된 후 이주한 뒤 고의적으로 버티는 세입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보상 대상이 아닌 세입자라도 버티면 지금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조합이 많다”며 “작정하고 이주하는 악성 세입자가 늘어나고 버티기도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업이 늦어질 뿐 아니라 비용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3기 신도시를 지정한 후 비닐하우스를 만들어도 보상해주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현장에 대한 이해가 반영되지 않은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비슷한 제도를 적용받는 서울 단독주택 사업장들이 이주에만 2년 넘게 걸리는 등 악성 세입자와의 갈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서울시는 아현2구역에서 이주비 문제로 한 세입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별도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 대책’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대상이 아닌 세입자에게 추가 보상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