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이재명·윤석열 GTX 공약
현지서는 "뻔한 선거철 멘트"

기존 GTX 수혜지도 '하락거래'
"단순 공약…집값에 영향 없어"
24일 GTX 신규노선 추가 공약을 발표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뉴스1

24일 GTX 신규노선 추가 공약을 발표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뉴스1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의 '집값 불쏘시개' 효과가 사라졌다. 오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GTX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예상 수혜 지역 시장에서는 되레 하락거래가 이뤄지는 등 관망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GTX 플러스 프로젝트’ 공약을 발표했다. 기존에 정부가 추진하던 GTX A·C·D 노선에 연장(GTX 플러스 노선)을 더하고 E·F 노선을 신설해 수도권 전역을 평균 30분대 생활권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후보는 한 발 앞서 지난 7일 ‘수도권 광역교통 공약’에 GTX 확충 계획을 담아 발표했다. 기존 A·C 노선을 연장하고 E·F 노선을 신설하는 안이다.

두 후보의 노선 GTX 연장·신설 계획에는 일부 차이가 있지만 두 후보의 공약 노선에 모두 포함된 △광주 △동두천 △시흥 △안산 △여주 △오산 △이천 △평택 등 수도권 지자체들은 수혜가 예상되는 지역으로 꼽힌다. 사실상 경기도 대부분 지역이 해당되는 셈이다.
'GTX 공약, 집값 자극' 우려에도…시장은 차분
지난 7일 GTX 노선 연장과 신설 공약을 발표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뉴스1

지난 7일 GTX 노선 연장과 신설 공약을 발표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뉴스1

GTX 공약 발표를 앞두고 시장 안팎에서는 이들 지역의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해 상반기 GTX-C노선 정차역 추가가 제안된 의왕역·인덕원역·왕십리역 인근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해 누적으로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경기도 의왕시로 38.02% 급등했다. 인덕원역이 위치한 안양시 동안구도 33.42% 상승해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반전이 펼쳐졌다. 이번 GTX 공약을 두고 예상 수혜지역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기존 사업인 GTX B·C노선 삽도 뜨지 못한 상황에서 신규 노선은 너무 먼 이야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약에 대한 불신도 높다.

평택시 합정동의 한 중개업소는 "GTX가 들어오면 당연히 집값이 뛰겠지만, 아직은 너무 막연한 얘기"라며 "뻔한 선거철 멘트 아니냐고 얘기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지 않아도 시장에는 거래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평택역 인근에 위치한 군문동과 합정동에서 이달 체결된 거래는 11건에 그친다. 그나마도 하락거래가 적지 않다.

평택시 군문동 '군문주공1단지' 전용 49㎡는 2억500만원과 2억1000만원, 2억1700만원에 3건 거래됐는데, 지난해 11월 2억1500만원에 비해 가격이 상승한 거래는 한 건 뿐이다. '군문주공2단지' 전용 59㎡도 이달 2억4500만원과 2억7000만원에 손바뀜됐는데, 지난달 실거래가인 2억7000만원과 같거나 낮아진 가격이다. '합정주공1단지' 전용 39㎡는 3억원에 팔려 지난해 10월 3억3000만원 대비 하락했다.

두 후보 공약에 경기광주역으로 동시에 등장한 광주시의 분위기도 침착하다. 경기광주역이 위치한 광주시 역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GTX는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당장은 수광선(수서∼광주 간 복선전철)이 중요한 이슈"라며 GTX로 인한 집값 급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달 역동에서 체결된 거래는 'e편한세상광주역3단지' 전용 84㎡ 1건으로 8억1000만원에 손바뀜됐다. 동일 평형으로는 지난해 1월 7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1년 만에 6000만원 상승한 셈이다. 다만 같은 단지의 전용 84㎡ 다른 평형에서 지난 8월 나온 8억1400만원보다는 400만원 낮은 가격이다. 동일 평형 호가도 7억6000만원부터 시작된다.
기존 GTX 수혜지도 하락…"단순 공약은 영향 없어"
GTX-A 노선 등의 호재로 아파트값이 급등했던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  한경DB

GTX-A 노선 등의 호재로 아파트값이 급등했던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 한경DB

업계에서는 기존 GTX 노선 지역에서도 하락 거래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에 관망세가 깊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GTX-C노선 인덕원역 신설 소식에 급등했던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인덕원대우' 전용 84㎡는 지난달 9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8월 12억4000만원에 비해 3억원 넘게 떨어졌다. 인근의 의왕시 내손동 '의왕내손e편한세상' 전용 84㎡도 지난해 7월 11억2000만원에서 12월 9억1000만원으로 하락했다.

이미 공사가 시작된 GTX-A노선 인근 지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GTX-A 창릉역 예정지 인근의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도래울센트럴더포레' 전용 84㎡는 지난해 2월 9억원에 거래되고 호가는 13억원에 육박했지만, 지난 11월에는 7억2500만원에 손바뀜됐다. 호가도 7억원 후반에서 8억원대 수준으로 내려왔다.

인근의 '고양원흥동일스위트' 전용 84㎡도 지난 11월 10억5000만원에 팔리며 최고가 대비 1억원 하락했다. 이후 거래가 끊기며 호가도 9억원 후반까지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GTX 공약이 그 자체로 집값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美IAU교수)은 "공약이 국가철도계획에 반영되어야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며 "계획 확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고, 공약이 이행될 것이라는 시장의 신뢰도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후보들의 공약은 GTX 연장과 신규 노선을 검토하겠다는 수준이기에 시장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 계획이 구체화된다면 가격에 반영되겠지만, 철도의 경우 계획부터 완공까지 20년도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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