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 대우건설 사옥. 사진=대우건설
서울 을지로 대우건설 사옥. 사진=대우건설
13일 대우건설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노조가 벌여온 인수조건 협상이 결렬됐다.

앞서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지난달 9일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내부승진을 최대한 보장하고, 조직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능력위주 발탁 인사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 중흥그룹도 △독립경영 및 임직원 고용승계보장 △부채비율 개선을 중심으로 △임직원 처우개선 △핵심가치(도전과 열정,자율과 책임)의 고양 △내부승진 보장 △능력 위주의 발탁 인사 등 현안사항을 선별해 향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노조는 내달로 예상되는 대우건설 인수 딜클로징(거래 종결)을 앞두고 중흥그룹의 이러한 약속의 문서화를 요구했다. 서면 합의서에 중흥그룹의 약속을 담아야 인수 후 벌어질 수 있는 말바꾸기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심상철 노조위원장은 "매각 종결시점이 다가오면서 난무하는 찌라시로 임직원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고, 이를 반증하듯 이직 또한 역대 최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접 공표한 내용조차 서면약속은 불가하다는 입장만을 내세우고 있다"며 합의서 작성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독립경영을 담보하기 위한 대표이사 내부승진 원칙, 인수 후 재매각 금지 등 대우건설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조항들에 대해 무엇 하나 약속할 수 없다는 인수단의 모습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흥그룹은 매각이 종결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인수 조건을 문서화할 수 없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아직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로서의 법적 권한이 없으며, 합의서 작성이 현 최대주주 KDB인베스트먼트의 주주권과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흥그룹은 "회사 정상화가 우선인 만큼 더 시간을 두고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으려 한다. 처우개선 등 기존에 약속했던 사항은 이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대우건설 노조는 이날부터 광주 중흥그룹 본사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14일부터는 대우건설 본사 로비 앞에서도 출퇴근 시간 집중 규탄 시위를 할 예정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