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굳어진 리모델링..."1기 신도시만 시장규모 9조"
경기 일산·분당·중동·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서 리모델링 조합의 설립을 완료한 아파트 단지는 94곳(6만9천85가구)으로 집계됐다.

2020년 58곳(4만3천155가구)과 비교하면 추진 단지와 가구 수가 60% 이상 늘었다. 2019년 37곳(2만3천935가구)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아직 조합설립 인가를 받지 못한 단지까지 포함하면 리모델링 추진 규모는 더 커진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총 98곳으로, 이 가운데 경기도가 42곳을 차지했다. 1기 신도시가 집중된 경기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가장 활발한 것이다.

성남 분당에서는 한솔마을 5단지가 지난해 3월 1기 신도시 중 최초로 사업계획을 승인받았고, 같은 해 4월 분당 무지개마을 4단지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데 이어 올해 매화마을 1단지와 느티마을 3·4단지 등이 사업계획승인을 앞두고 있다.

군포 산본에서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18개 단지가 오는 13일 '산본 공동주택 리모델링연합회' 발대식을 열고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5월 21개 단지가 리모델링 연합회를 구성한 안양 평촌에서는 같은 해 목련 2·3단지가 리모델링 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고양 일산과 부천 중동은 정비사업연합회가 꾸려지지는 않았지만, 개별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활발하다. 고양 일산에서는 주엽동 문촌마을16단지(뉴삼익아파트)가 이달 조합설립총회를 앞두고 있어 조만간 일산 최초의 리모델링 조합이 탄생할 전망이다.

중동신도시에서도 상동 한아름현대1차 아파트의 리모델링 조합 설립이 임박했으며 반달마을, 한라마을, 금강마을, 미리내마을 등에서도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동훈 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무한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은 "작년에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시장이 큰 폭으로 커졌다"며 "1기 신도시는 1989∼1992년 입주한 노후 아파트로 용적률이 대부분 200% 후반대라 재건축을 추진하더라도 사업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세 굳어진 리모델링..."1기 신도시만 시장규모 9조"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주택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A건설사의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계 리모델링주택사업 시장 규모는 8조9천172억원으로, 2020년(1조3천436억원)의 6.6배에 달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B건설사의 내부 보고서를 봐도 주택 리모델링 발주 규모는 2020년 1조3천307억원에서 지난해 9조1천187억원으로 급증했다.

건설사마다 조사한 수치는 약간씩 상이하지만, 대략적인 시장 분석·진단·전망은 유사한 셈이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구조체(골조)를 유지하면서 평면을 앞뒤로 늘려 면적을 키우거나 층수를 올려 주택 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재건축 보다 비교적 허가가 용이하고, 임대주택 공급 의무가 없으며,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긴 하지만 초과이익환수제 대상은 아니라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만큼 사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령과 제도가 시급히 정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후된 1기 신도시 아파트의 주거 환경을 정비하기 위한 해법으로 리모델링이 핵심 대안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용적률 제한에 대한 제도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14년 4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했지만 현재까지 허가를 받은 곳은 서울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가 유일하다.

아울러 국토교통부는 리모델링 수직 증축의 사업성을 높여줄 가구 간 내력벽(건물의 하중을 견디거나 분산하도록 만든 벽) 철거 허용 여부에 대한 연구용역 발표를 계속 미루고 있다.

정부는 2015년 말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 아파트 가구 간 내력벽을 일부 철거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자 이듬해인 2016년 8월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후 2019년 3월까지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으나 발표는 여태껏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