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2637가구 규모 '비산자이아이파크'.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2637가구 규모 '비산자이아이파크'.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경기도 과천시와 안양시 동안구에서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고점 대비 2억~3억원 가까이 떨어진 모습이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1억원까지 올랐던 '과천 래미안슈르' 전용 84㎡ 전세가는 지난달 8억5000만원까지 하락했다. 반년도 채 되지 않아 2억5000만원 떨어진 것이다. 10억원까지 올랐던 래미안에코팰리스 전용 84㎡ 전세가 역시 지난달 8억원대로 떨어졌다.

평촌신도시가 위치한 안양시 동안구의 상황도 비슷하다. '평촌더샵센트럴시티' 전용 84㎡는 지난 5월 8억3000만원까지 올랐던 전세가가 지난달 6억4050만원을 기록했다. '귀인마을 현대홈타운' 전용 80㎡의 경우에도 10월 8억9000만원을 기록했던 전세가가 이달 5억5650만원으로 3억원 넘게 하락했다.
쏟아진 공급폭탄…'세입자 새로 구하느니 5%만 올리자'
전셋값 하락은 통계로도 포착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과천 전세가는 지난주 0.09% 떨어지며 2주 연속 하락했다. 안양시 동안구도 지난해 11월 넷째 주부터 7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주는 0.22% 떨어지며 낙폭을 키웠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계약갱신권에 더해 상생임대인 제도까지 시행되면서 전세시장에 2중 가격이 형성된 여파라면서도 근본적인 원인은 '공급폭탄'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급물량이 급격하게 쏟아진 탓에 세입자를 내보내고 높은 가격을 받았을 집주인들도 전셋값을 5%만 인상하며 계약을 연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2099가구 입주를 시작한 과천자이.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지난해 12월 2099가구 입주를 시작한 과천자이.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과천시 별양동의 한 중개업자는 "지난해 초 3기 신도시 수요자들이 몰렸던 이후 전세 수요가 뜸해졌다"며 "연말 과천 자이와 지식정보타운(지정타) 입주가 시작되면서 공급이 넘쳐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천시에는 3기 신도시 과천지구가 조성될 예정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해당지역 청약 거주 요건 2년을 채우려는 발길이 이어졌지만, 이후로는 수요자들의 발길이 끊겼다는 소리다.

이에 더해 11월 2099가구 규모 '과천자이'가 입주를 시작했고 같은 달 지정타 '푸르지오어울림라비엔오(679가구)'의 조기입주도 시작됐다. 지난해 12월에는 '과천제이드자이(647가구)' 입주까지 가세했다. 두 달 사이 입주 물량만 3400여 가구에 달했는데, 과천시 인구가 7만명이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물량폭탄'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이들 단지에서 나온 전세 물량도 많은 편이다.
과천 3400가구, 평촌 5000가구 입주…전세 매물도 급증
인근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과천 자이에서 나온 전세 매물은 270여건에 달한다. 과천자이와 마주보고 있는 주공5단지 전세 매물 12건의 20배에 가까운 규모다. 푸르지오어울림라비엔오의 전세 매물도 약 170건에 이른다.

안양시 동안구에도 공급폭탄이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1199가구 규모 '평촌래미안푸르지오'와 304가구 '한양수자인평촌리버뷰'가 입주했고 12월에는 2637가구 '비산자이아이파크'와 786가구 '안양호계두산위브'에서도 집들이가 시작됐다. 두 달 사이 약 5000 가구가 입주에 나선 것이다.
1199가구 규모 '평촌래미안푸르지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1199가구 규모 '평촌래미안푸르지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비산자이아이파크 446건, 안양호계두산위브 278건, 평촌래미안푸르지오 135건, 한양수자인평촌리버뷰 93건 등 이들 단지에서 전세 매물도 쏟아지고 있다. 동안구 일대 전셋값을 끌어내리기 충분한 양이라는 평가다.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의 한 중개업자는 "평촌 아파트 대부분은 30년 가까이 된 구축인데, 수요가 많은 신축 아파트에서 공급이 크게 늘었기에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평안동의 중개업자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 법칙이 작용했다. 그나마 학군이나 학원가 등 실수요자의 거주 목적이 뚜렷한 단지는 영향을 덜 받았다"고 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재차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별양동의 한 중개업자는 "재건축 이주가 시작되면 되레 전세 물량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산동의 중개업자는 "동안구와 인근 만안구 인구를 감안하면 머지않아 물량이 다 흡수되고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