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 역대급 '거래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올해 입주물량 감소와 대출규제가 맞물리면서 거래 한파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이날 기준 567건에 그친다. 전년 동월(2020년 12월) 7547건에 비하면 90% 이상 감소한 수치다. 등록 신고기한(30일)이 남아있지만, 12월 최종 거래량이 1000건 남짓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대출규제가 강화된 9월 2706건으로 급감하고 10월 2194건, 11월 1354건으로 고꾸라졌다. 업계는 연말 정치권에서 양도소득세·보유세 완화 논의를 내놓은 만큼 12월 거래량이 전월보다 대폭 줄어들 것으로 관측한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적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08년 11월의 1163건을 밑돌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 여야 대선후보들은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의 한시적 유예, 1주택자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동결, 첫 주택 취득세 면제 확대 등 부동산 공약을 내놓고 있다. 표심을 겨냥한 규제완화책이 거론되며 시장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다주택자는 세제혜택을 기대하며 주택 매도를 미루고, 예비매수자도 가격 추이를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며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대출창구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대출창구 모습. 사진=뉴스1
당분간 거래 한파는 지속될 전망이다. 당장 올해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적용된다. 시중 은행에서 2억원 이상 대출을 받으면 1년 동안 갚는 원금과 이자가 연 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는 것이다. 60%였던 제2금융권 DSR 기준도 50%로 하향 조정된다. 대출 가능금액이 줄어들며 주택 구매력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도 예고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로 인상했다. 1월 중 1.25%로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가능성도 높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6일 물가안정목표 점검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안정'을 통화정책 운용에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한 셈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금 아파트 매매 시장은 오른 가격에 관망세가 짙어졌고 대출 규제로 구매력이 제한돼 수요가 억눌린 상황"이라며 "차주별 DSR 규제가 적용되면서 거래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수요 위축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급도 역대급 한파를 맞았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 3만1947가구보다 35.7% 줄어든 2만520가구로 예상된다. 2020년 4만9478가구에 비하면 41% 수준에 불과하고, 2012년 2만336가구 이후 10년 만의 최저치다.
2022년 국토교통부 업무계획 브리핑을 하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뉴스1
2022년 국토교통부 업무계획 브리핑을 하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뉴스1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올해 입주물량 감소를 우려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총 공급량은 부족하지 않지만) 올해와 내년 스트레스 구간이 발생한다. 국민이 원하는 도심 직주근접의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며 "지금 진행되는 사업의 시기를 앞당겨 대응하려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한파가 3월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의 양도세·보유세 인하 움직임에 불확실성이 걷히기 전까지는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 다만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신고가는 이어지면서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한 전문가는 "대선 결과에 따라 부동산 정책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판단을 유보하려 할 것"이라며 "다만 15억원을 넘는 주택의 경우 이미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시장으로 볼 수 있다. 공급량도 부족한 만큼 서울 도심 고가 주택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