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주춤 하다는데…
강남은 신축·재건축 단지 중심 '신고가' 행진
"전체적 분위기 가라앉아…대선까진 관망"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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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부동산 시장이 시들하니 강남이라고 다르겠습니까. 그래도 강남에서 신고가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입니다."(강남구 개포동 부동산 공인 중개 대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집값 풍향계로 불리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시장에서는 신고가 거래와 하락 거래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신축 아파트와 재건축 단지에는 수요가 계속 몰리는 반면, 그렇지 못한 단지들에서는 기존 실거래가보다 낮은 계약이 맺어진다는 게 현장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신고가 새로쓰는 강남 아파트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지난 7일 전용 91㎡가 33억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직전 최고가인 29억원(2020년 6월)보다 6억원 비싸게 팔렸다. 이 단지 전용 94㎡도 지난달 38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는데, 직전 거래인 37억5000만원(10월)보다 1억원 더 비싼 가격에 거래가 맺어졌다.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은마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대치동에 있는 '은마' 전용 84㎡는 지난달 15일 28억2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신고가 27억8000만원보다 4000만원이 더 뛰었고, 이 단지 전용 76㎡도 전월 26억3500만원에 팔려 직전 신고가(24억2000만원)를 경신했다.

압구정동에 있는 ‘한양3차’ 전용 116㎡는 지난달 40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올해 들어 첫 거래다. 지난해 12월 29억원에 거래된 것이 마지막이었는데, 이보다 11억5000만원 오른 가격에 매매 계약이 맺어졌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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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244㎡는 지난달 72억8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8월 거래된 46억원보다 26억8000만원 뛰었다. 처음으로 70억원대를 넘어선 것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반포동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29㎡는 지난달 60억2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신고가 53억원보다 7억2000만원 더 비싸게 팔렸고, 이 단지 전용 84㎡도 같은 달 45억원에 거래돼 직전 신고가인 42억원보다 3억원 더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레이크팰리스’ 전용 116㎡는 지난 3일 28억5000만원에 팔렸는데, 지난 6월 27억4000만원보다 1억1000만원 더 높은 가격에 계약이 맺어졌다. 전용 135㎡도 지난달 35억4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신고가 30억4000만원를 경신했다. 잠실동에 있는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전용 115㎡도 지난달 42억원에 새 주인을 찾아 직전 신고가 35억6000만원보다 6억4000만원 더 뛰었다.

잇단 신고가 거래가 나오는 이유는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강해져서다.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신고가가 나오는 단지들을 살펴보면 새로 들어선 아파트나 재건축 단지 등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강남권 내에서도 수요자들이 ‘옥석 가리기’에 들어가면서 일부 단지에선 신고가가, 일부에선 하락 거래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고가 나오지만…전반적 분위기는 침체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가 나오고 있지만 강남지역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인한 이유는 아니라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B 공인 중개 대표는 "강남권의 경우 이미 대출 금지선인 15억원을 넘어선 매물이 많았던 곳"이라며 "정부의 돈줄 죄기와 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 분위기가 식다 보니 수요자들의 심리도 꺾인 것이지 자금 부족 등이 이유는 아니다"고 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이 식다보니 수요자들도 일단은 '지켜보자'는 인식이 퍼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세금 부담에 대한 압박이 시장을 분위기를 짓눌렀다는 설명도 나온다.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역대급 종부세가 나온다는 등 세금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면서 시장이 주춤했다"면서 "실제로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본 이후 감당 가능하다는 얘기들이 나오면서 이런 분위기가 소폭 완화됐다. 다만 내년 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몰라 관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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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말라붙고 매수자 실종
통계에선 시장의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매는 299건으로, 전월인 11월(1325건)보다 1026건(77.43%) 급감했다. 강남 4구의 거래량을 살펴보면 먼저 강남구가 9건, 강동구 11건, 송파구 18건, 서초구 19건 등으로 강남 4구 가운데 전월 거래가 가장 적었던 송파구 54건과 이들 4구에서 이뤄진 매매 건수가 비슷했다.

가격 상승 폭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강남 4구가 있는 동남권의 매매 변동률은 지난 9월 둘째 주(13일) 0.25% 상승을 기록한 이후 14주 연속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지난달 둘째 주(8일)엔 상승률이 0.10%대로 내려왔고, 이번 주(20일)엔 0.08%로 0.10%대를 이탈했다.

매수심리도 얼어붙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권역의 매매수급지수는 이번 주 95.1을, 동남권 매매수급지수도 94.6을 기록해 각각 6주 연속 100을 밑돌았다. 이 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우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뜻이다. 강남권과 동남권에서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단 사람이 더 많단 얘기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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