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캐슬 르웨스트 분양홍보관 인근 현장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 사진=이송렬 기자.
롯데캐슬 르웨스트 분양홍보관 인근 현장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 사진=이송렬 기자.
"청약에는 투자자들이 많이 몰리는데, 막상 거래가 잘 안 되니까 물량을 포기하는 당첨자들이 나오네요."
정부가 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틈새시장’으로 떠오른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도생), 생활형 숙박시설(생숙), 장기민간임대아파트 등 비(非)아파트 시장도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청약에선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지만 막상 웃돈이 붙은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국을 누비는 '청약 메뚜기족'의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다.

경쟁률은 높은데...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들어서는 생활형 숙박시설 ‘힐스테이트 해운대 센트럴’은 238실 모집에 청약 통장 10만8392건이 접수됐다. 평균 경쟁률 455.4대 1을 기록했다. 지난 9월에도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들어서는 ‘롯데캐슬 르웨스트’에 57만명이 넘는 청약자들이 몰렸다.

오피스텔에도 관심이 쏟아졌다. 경기도 과천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공급되는 ‘신길 AK푸르지오’에도 각각 12만명이 넘게 몰렸다. 둘 다 100실 미만의 오피스텔이 전매가 가능했던 단지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은 준강남이라는 매력이, ‘신길 AK 푸르지오’는 서울에 공급된다는 이유로 높은 웃돈이 붙었다.

최근엔 장기민간임대아파트에도 투자자들이 쏠렸다. 제주 애월읍 일대에 공급되는 ‘제주 애월 남해오네뜨’는 제주지역 경쟁률이 117.0대 1, 기타지역은 2464.0대 1 등 관심이 컸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공급되는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의 경우 시행사 측에서 아예 경쟁률을 발표하지 않았다. 업계는 신청자가 수만 명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힐스테이트 초곡 건설 현장 사진=이송렬 기자
힐스테이트 초곡 건설 현장 사진=이송렬 기자
아파트 분양권 거래도 활발했다. 물론 비수도권의 비규제지역에서 이런 거래가 많았다.

부동산 정보제공 어플리케이션(앱)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는 경북 포항시 북구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초곡’이다. 이 단지는 2024년 입주 예정인 곳으로 현재 거래되는 것은 ‘분양권’이다.

힐스테이트 초곡은 올 들어 전날까지 총 1283건이 거래됐다. 전체 가구 수가 1866가구이므로 이 단지의 3분의 2가량 가구 주인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경북 포항시 북구에 들어서는 ‘한화포레나포항’ 분양권도 1251건 거래됐고, 경남 거제시 ‘더샵거제디클리브’도 998건이나 손바뀜했다. 충남 천안시 ‘천안한양수자인에코시티’ 분양권도 952건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가 저렴하거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웃돈이 기대되는 단지 등에 당첨과 동시에 분양권을 전매하려는 ‘메뚜기족’이 몰린 결과다. 부동산 단기 투자 현장에 능통한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올해는 전국적으로 ‘단타’ 현장이 너무 많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며 “아파트 등이 규제로 투자가 어렵다 보니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비아파트로 투자자들이 몰렸고, 비교적 규제가 덜한 지방 등에서는 아파트 분양권 거래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단타 시장’ 분위기 바뀌고 있어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힐스테이트 해운대 센트럴’은 당첨자 발표 이후 웃돈이 1000만원에서 6000만원까지 붙기도 했지만, 일부 유망한 군과 고층 등 투자 가치가 있는 매물 말고는 웃돈이 붙은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웃돈 역시 당첨자 발표 직후보다는 소폭 내려가고 있다.

이 단지에 청약했던 투자자들 가운데 당첨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웃돈을 기대하고 ‘묻지마 청약’을 했지만 실제 거래가 이뤄진긴 어렵다고 봐서다. 저층에 당첨된 한 투자자는 “2군에 저층이 당첨됐는데 그다지 인기가 없는 군이라 그런지 매물을 내놔도 반응이 없다. 그냥 포기하려고 한다”고 했다.

앞서 진행했던 단지 가운데서도 아직 계약을 마치지 못한 곳도 있다. 도봉구에 들어서는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는 정당계약 기간이 지난 16일까지로 벌써 한 주가량 지났지만 여전히 계약이 진행 중이다. 예비 당첨자들에게 순번이 넘어갔다.

단타 시장 열기가 식는 것은 결국 ‘가격’ 때문으로 풀이된다. ‘힐스테이트 해운대 센트럴’의 분양가 최고가는 31억8040만원(4군, 40~41층)이다. 가장 저렴한 곳도 4억3660만원(2군, 4층)이다.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의 우선 분양가도 14억원대로, 도봉구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북한산아이파크’ 전용 84㎡ 호가(12억원)보다 2억원 정도 더 높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올해 부동산 단타 시장에서 중개를 계속해왔다는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올 하반기 들어 고분양가 단지가 정말 많이 나왔다. 아파트도 아닌데 아파트 가격을 훌쩍 웃도는 경우도 있었다”며 “어떤 상품을 내놓든 완판되는 기현상이 나타나니 시행사들이 비싼 값에 다 정리하고 나오려는 것 아니겠느냐. 하지만 이를 받아줄 수요가 없으니 최근엔 시들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런 상품이 전국적으로 쏟아지면서 투자 수요가 퍼지는 점도 분위기가 꺾인 이유다. 또 다른 공인 중개 관계자는 “투자 수요는 한정적인데 이들이 각자 다른 사업지로 나뉘다 보니 붙을 웃돈도 덜 붙는다. 웃돈이 덜 붙으니 투자자 관심도 자연스레 시들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전반이 침체한 것도 또 다른 이유다. 또 다른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에 침체되는 분위기가 퍼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투자시장도 식는 것 같다”면서 “내년 대선 등을 앞두고 조금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