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동탄신도시 전경 (자료=한경DB)
경기도 동탄신도시 전경 (자료=한경DB)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경기도 화성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데 이어 주변 도시인 평택과 오산 등에서도 약세가 감지되고 있다.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매물은 증가하고 있고, 거래는 감소하고 있다.

화성시 동탄신도시 일대에서는 10억원 안팎의 매물들을 시작으로 거래가가 집중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집값 급등과 대출규제 등으로 매수세가 주춤해진 와중에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12억원으로 상향하는 조치가 시행되면서 매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장이 냉각될 분위기를 보이면서 주변 도시에서도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전고점보다 1억7500만원 가까이 내린 곳도 나와

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시 청계동에 있는 ‘동탄역 시범한화 꿈에그린 프레스티지’ 전용 84㎡는 지난달 말 12억7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올해 신고가인 14억5000만원(8월)보다 1억7500만원 떨어진 수준이다. 이 면적대 호가는 15억7000만원(최고가)으로 형성돼 있는데 이보다는 2억9500만원 낮은 수준이다.

영천동에 있는 ‘동탄역센트럴예미지’ 전용 96㎡도 이달 10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는데, 이전 거래인 11억7000만원보다 1억7000만원 낮게 거래됐다. 올해 거래된 이 면적대 최고가인 12억4000만원보다는 2억4000만원 떨어졌다. 산척동에 있는 ‘그린힐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1단지’ 전용 74㎡도 지난달 6억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는데, 전월 거래된 6억9500만원보다 9500만원 떨어졌고, 송동에 있는 ‘동탄2하우스디더레이크’ 전용 59㎡도 지난달 8억원에 손바뀜해, 직전월 거래된 8억9000만원보다 9000만원 싸게 팔렸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실거래를 비롯해 호가가 하락하고 있는 이유는 수요는 줄어든 반면, '급매'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화성시 청계동 A 공인중개사는 일시적 2주택자들의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반기까지 동탄1신도시에서 동탄2신도시로 이동하거나, 동탄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수요가 많았다"며 "일시적인 2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을 처분하면서 나온 매물들이 꽤 된다"고 설명했다.

청계동의 B 공인중개 관계자도 비슷한 얘기를 전했다. 이른바 상급지에 주택을 마련하면서 매물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지역에 집을 매수한 실수요자들이 잔금 날짜가 다가오면서 싼 가격에 집을 내놓은 것"이라며 "양도세 기준까지 상향되면서 매물들이 나오고 있지만, 선뜻 산다는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다 보니 매도호가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몇달 전엔 대출 문제로 매수자가 거래 취소…이젠 매도자 더 많아

화성 집값 하락이 오산시, 평택시 등 경기 남부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매물이 서서히 쌓이고 거래가 뜸해지고 있다. 남부지역의 대장 아파트가 모여있는 동탄신도시 집값이 떨어지면서 매수자들은 관망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호가를 놓고 눈치보기에 나서고 있다.

오산시 원동에 있는 운암청구 아파트는 지난 9월 전용 92㎡가 4억4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3개월 내내 한 건의 거래도 없다. 하지만 호가는 최고 5억2000만원까지 형성돼 있다. 원동의 C공인 중개 관계자는 "대출 규제 이후 집을 내놓는 집주인도, 보러 오는 실수요자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몇 달 전까지만해도 대출 때문에 거래가 취소됐는데, 이제는 집값이 너무 높다며 변심하면서 거래가 깨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평택시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경기도 평택시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안성시 공도읍의 D공인 중개 관계자는 "안성이나 평택 쪽은 가격이 떨어지거나, 급매가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도 "동탄신도시 가격이 하락했다고 하니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고, 대다수가 집값이 꼭지라고 하는 상황"이라며 "서울도 외곽에서 하락 거래가 나온다고 하니 경기도 외곽도 곧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경기 남부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13일) 기준 화성·오산·평택 등이 포함된 서해안권의 매매수급지수는 97.5로 전주 99.3보다 더 내려갔다. 안성·용인·수원이 있는 경부2권의 매매수급지수 역시 97.0로 100을 밑돌았다.

이 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했다. 기준선인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 지수가 100 아래인 것은 집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더 많단 얘기다.

다른 경기권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과천·안양·성남·군포·의왕이 있는 경부1권(93.9) △남양주·구리·하남·광주 등이 포함된 동부1권(92.1) △김포·고양·파주로 이뤄진 경의권(93.5) △포천·동두천·양주·의정부 등이 있는 경원권(98.1) 등도 지수가 모두 100 아래를 기록했다. 경기도 전체 매매수급지수도 95.8로 3주 연속 100 아래를 기록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