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8월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이 끝나는 내년 7월 이후 다가올 전세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부동산부 김민수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먼저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부터 짚어보죠. 다소 안정되고 있는 분위기 아닙니까?

<기자>

오늘(2일)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주간 아파트값 동향으로 보면 분명 상승세가 꺾이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전국적으로 매매가격은 물론 전세가격도 상승률 감소세가 뚜렷합니다. 근 1년 만 최저치죠.

하지만 여전히 상승장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번 주 수도권 아파트값이 0.16% 올랐는데, 이걸 연으로 환산하면 8.3%나 됩니다.

지난 주 기준 집값 상승세가 연 8% 상승하는 수준이라는 거죠. 예전보다 덜 오르는 거지 여전히 적지 않은 상승률이죠.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놓고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25번의 규제에 대출까지 묶었으니 사실 부동산 시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없거든요. 실수요자도 어찌할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10월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이 2308건입니다. 전체 170만 채 중에 거래량이 이 정도니 정상은 아니죠.

이 상황을 정부는 '안정세'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죠.

<앵커>

결국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한도를 높인데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일시 완화하겠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이렇게 되면 시장에 매물이 좀 나오지 않을까요?

<기자>

일단 1주택자의 경우 상황에 따라 집을 옮길 수 있는 다소 여유가 생긴 겁니다.

하지만 1주택자는 집을 한 채 팔고 한 채 사는 거니까 시장에 추가적인 매물이 나오는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중개수수료를 비롯해 집을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이 많이 늘었고, 상급지로 옮기기에는 대출이 쉽지 않다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다주택자 양도세율 한시 인하는 여당이 검토 의사를 보이기는 했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단기적이라도 부동산 시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죠. 선거를 앞두고 현 정부도 여당도 원치 않는 상황이죠.

차라리 지금의 죽어있는 부동산 시장이 유지되는 게 대선이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공학적으로는 더 유리합니다.

여당 입장에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에 나서겠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만 던져도 소기의 성과는 낸 것이죠.

<앵커>

다시 전세시장 얘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내년 8월이면 임대차 3법 시행이 2년을 맞는데, 이때부터 펼쳐질 상황이 걱정됩니다.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기자>

한 아파트 단지 상황을 두고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보시는 것이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형의 실거래가입니다.

빨간 점이 실제 거래를 나타내는 건데, 폭이 촘촘하던 것이 지난해 7월 이후 크게 넓어집니다.

가격도 크게 올랐지만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인데도 전세 가격이 아주 다양하죠.

지난 3개월간 실제로 거래된 전세 가격을 보겠습니다. 현재 시세인 10억 원에서 9억 원대 후반에 전세계약을 한 곳들이 보이구요.

그밖에 7억, 6억, 5억 원대까지 가격대가 다양합니다. 5~6억 원대 계약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계약갱신청구권이 끝나면 다음 전세 가격은 거의 2배가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은 전국 어느 아파트 단지도 확인됩니다. 이중, 삼중 전세 가격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내년 8월부터 첫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사람들이 연이어 쏟아지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대략 2배 오른 전세 값을 지불해야 지금 살던 집에 살 수 있겠죠.

<앵커>

차이가 몇 억씩 되다보니 전세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겠는데요. 또 월세나 반전세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 되겠군요.

<기자>

일단 올라간 전세값 마련하기 쉽지 않습니다. 내년부터 전세대출도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부담이 너무 크죠.

세금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은 벌써부터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 월세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요

올라간 전세 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분들은 빌라나 오피스텔로 눈길을 돌리면서, 곳곳에서 풍선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내년 8월 이후부터 순차적으로 이런 상황들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내년에는 서울 입주물량이 올해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전세 값이 올라서 사람들이 못 들어가게 되면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 서울은 수요가 더 많다보니 가격이 방어가 되는 것이죠.

더 큰 문제는 서울 전세에서 밀려난 분들이 수도권 곳곳에 집을 사거나 전세를 찾을 것이기 때문에, 내년 2차 전세대한이 일어난다면 전체 시장을 다시 한 번 자극할 수 있습니다.

차기 정부 입장에서도 계속해서 대출을 묶어둘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앵커>

그렇다면 임대차 3법의 부작용으로 인한 전세 시장의 불안을 막을 해법은 없을까요?

<기자>

일단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임대차 2법, 그러니까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상한제를 유예하자는 의견들이 나옵니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안이 오히려 임차인들을 더 힘들 게하고 있으니, 부동산 시장이 달라진 법과 제도를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미루고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죠.

하지만 현 정부가 나설 가능성은 적구요. 여당도 이 부분만큼은 건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표가 많은 수도권 자가 보유율이 53%니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표가 반반이지만, 두 번째로 표가 많은 서울은 자가 보유율이 42%밖에 안 되거든요. 무주택자표가 더 많으니 건드릴 이유가 없죠.

반면 야당 대선후보들 같은 경우에는 임대차 3법에 대한 재검토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만든 법을 다시 뒤집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임차인들을 위해 긍정적인 측면도 일부 있는 만큼 당장 법을 뜯어고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공급으로 풀어야 할 문제인데, 당장 몇 년 간은 시장에 나올 물량이 많지 않아 걱정입니다. 선의로 한 일이 결과가 늘 좋은 것은 아니거든요.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신 분들이라면 미리미리 준비해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김민수기자 mskim@wowtv.co.kr
내년 8월 역대 최악의 전세대란 오나 [집중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