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끝에 합격한 방송인 서경석
올해 2차 합격률, 7%포인트 올라…"쉬웠다" 평가

집값 오르자 부동산 관심 두는 MZ세대
"거래절벽, 수수료 인하 등 문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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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서경석(49)이 40만명이 넘는 응시자 사이에서 살아남았다. 서경석이 운영하는 서경석TV에는 본업을 충실히 하면서 시험에 도전했다는 점과 작년에 이어 재수 끝에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의 축하와 격려가 쏟아졌다.

응시생이 40만명에 달하면서 화제가 됐던 제32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합격자가 발표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합격자는 총 2만6913명으로 지난해(1만6554명)보다 1만명가량이 증가했다. 2차 기준 합격률도 29.07%로 지난해(22.01%)보다 올랐다.

이번 시험을 두고 관련업계에서는 "작년보다 문제가 쉬웠다"는 평가다. 더불어 합격보다는 이후가 문제라는 전망도 있다. 중개수수료 인하와 거래절벽으로 인한 폐업률 증가 등으로 개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이미 포화된 시장에 신규 합격생까지 쏟아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과당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상대평가로의 전환까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작년보다 쉬운 문제…문제오류에 '전원정답'까지
서경석은 시험 결과를 공개하는 영상에서 “결과를 볼 때 얼마나 심장이 떨렸는지 모른다”며 “평균 60.83점으로 합격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공인중개사 시험을 볼 수험생들에게 “무조건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시험 당일을 염두에 둬라”고 조언했다. 그는 “40문제를 50분 안에 풀어야 하고 지문을 읽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한 문제에 빠지면 시간에 쫓기게 된다”고 했다.

서 씨가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 의사를 밝힌 건 지난해 9월이었다. 이미 공무원·취업·자격 교육기업의 장수모델인데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력이 있던 터라 무난한 합격을 예상했다. 예상은 반만 맞았다. 제31회 공인중개사 1차 시험에는 합격했으나 2차 시험에선 평균 28.3으로 불합격했다. 그러다나 올해 2차 시험에서 통과돼 최종적으로 공인중개사에 합격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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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1차와 2차 시험 원서접수자는 총 39만9917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원서를 접수했다가 나중에 취소한 사람까지 합치면 40만명이 넘는다. 이번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의 합격률을 살펴보면 1차 시험은 21.35%, 2차 시험은 29.07%로 집계됐다. 1차 시험의 경우 지난해 합격률인 21.34%와 비슷하지만, 2차 시험은 지난해 합격률인 22.01%보다 7%포인트가량 증가했다.

고상철 미스터홈즈 대표는 “이번 시험은 대체로 쉬웠다는 평가가 많다”며 “보통 중개사법, 세법이 무난하게 나오고 부동산공법이 어렵게 나와 변별력을 갖는데, 이번엔 공법이 쉽게 나오면서 2차 합격률이 올라갔다”고 평가했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절대평가다보니 한두 문제에 당락이 결정되기도 한다. 논란이 된 문제를 전원 정답처리한 것도 합격률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2차시험에서 40번 문항은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령상 토지거래허가구역에 관해 옳은 것을 물었고, 5개 보기 중 정답은 3번 '허가구역 지정의 공고에는 허가구역에 대한 축적 5만분의 1 또는 2만5000분의 1의 지형도가 포함되어야 한다'였다. 3번이 되기 위해서는 문항 내에 있는 '축적'이라는 단어가 '축척'으로 표기돼야 맞는 것이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정답심사위원회는 “모든 답지를 ‘모두 정답’으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대해 고 대표는 “40번 문항은 단어에서 비롯해 ‘모두 정답’으로 처리된 첫 사례”라며 “해당 문제가 ‘모두 정답’으로 처리되면서 합격률 상승에도 일조했을 것”이라고 했다.
집값 상승에 열공한 MZ세대…"합격 후가 더 문제"
이번 시험의 또 다른 특징은 20~30대 즉 MZ세대의 참여가 많았다는 것이다. 1차 시험 전체 응시자 18만6278명 가운데 20·30세대는 7만3230명으로 전체의 39.31%를 차지했다. 2차 시험도 비슷하다. 20·30세대는 3만2158명으로 34.74%를 차지해 40대(30.05%)와 50대( 26.51%)를 크게 웃돌았다. 합격자도 많이 배출했다. 30대 합격자가 7147명으로 50대를 제치고 40대(8453명) 다음으로 많았다.

최근 집값이 빠르게 치솟으면서 부동산에 관심을 두는 MZ세대가 늘었다. 집값이 급등해 중개 수수료도 덩달아 뛰면서 1~2건만 거래해도 수익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MZ세대는 신규 취업이나 이직의 수단으로 공인중개사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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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최근 현장에 돌아다니다 보면 젊은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많고 부동산 시장이 궁금해 임장을 다니는 20대들도 많이 있다”며 "이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일단 한번 자격증을 취득하면 평생 언제든지 써먹을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운전면허와 같이 일정기간이 지나면 적성검사나 갱신 등과 같은 과정도 없고, 토익시험처럼 정기적으로 시험을 치러놔야하는 번거로움도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서다. 공인중개사들은 최근 거래절벽과 중개수수료 인하정책, 프롭테크 (Proptech·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경쟁자들의 출현 등으로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공인중개사는 매년 합격생을 배출하다보니 누적합격자는 약 50만명에 이를 정도다. 개업공인중개사는 12만명에 달한다. 1985년 1회 시험 이후 누적된 결과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래가 줄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총 7만5290건으로 지난해 대비 18.8% 줄었다. 서울에서는 8147건에 그치며 31개월 만에 최저치로 급감했다. 매매거래 뿐만 아니다 임대차 계약도 줄었다. 임대차법에서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해 2년에 한번 쓰던 계약이 4년에 한 번 꼴이 돼서다.

한편 최근 당선된 이종혁 제13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피력하면서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공인중개사가 아닌 사람의 개인간 거래, 컨설팅이라는 명목으로 무자격자 불법 부동산 거래 근절과 △대형 플랫폼의 중개업 진출 저지 △무등록 중개 발본색원 △협회 의무가입 제도화 등이었다.

이송렬 /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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