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소득' 죽어도 안된다더니…놀라운 그들의 '태세전환' [기자수첩]


"25번의 규제로 국민들 손발을 다 묶더니 결국에는 대출이란 마취총까지 쏘고는 이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말하는 대통령입니다. 언론도 국민들도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계속 외치고 있는데 이건 잘못을 알아도 바꿀 생각이 없다는 뜻 아닙니까?"

20년 넘게 국내 부동산 시장을 연구해 온 한 교수는 지난 달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보고는 이렇게 평가했다. 시장이 원하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 새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와 함께 '불로소득'과의 전쟁을 펼치던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돌연 '태세전환'에 들어갔다.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12억 원으로 늘리는 데 합의하더니,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던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도 과감히 포기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성난 부동산 민심을 보고 부랴부랴 만든 법안을 지금까지 뭉개고 있더니, 갑자기 속전속결이다.

후퇴하지 않겠다던 문재인 정부는 이를 묵인하는 분위기다. 그래도 홍남기 부총리가 모양새를 갖췄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까봐 우려된다고 한마디 했다. 그걸로 끝이다.

'불로소득'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던 여당 대선후보도 잠잠하다. 자신의 집값이 오른 것마저 부끄럽다던 분이 왜 이 문제에는 조용한가?

한 술 더 떠 여당 대선캠프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라는 그야말로 놀라운 '태세전환' 카드가 등장했다. 곧이어 여당 정책의위장이 나서 약속이나 한 듯이 검토하겠다고 거들었다. 지금 부동산 민심이 얼마나 흉흉한 지 확인한 결과일 거다.

'다주택자'와 '불로소득' 바로 이 두 단어는 지난 4년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과의 전쟁을 펼치면서 '금과옥조'처럼 삼았던 핵심 키워드다. 전쟁에서 참패하고도 퇴로를 열어주는 관용인가?

비록 표심을 얻기 위한 '태세전환'은 비판하지만, 지금이라도 시장의 순기능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돌아선 것에는 박수를 보낸다. 문제는 이런 정책의 변화가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일부에만 그칠 것이란 점이다.

무엇보다 대선을 앞두고 돌변한 여당의 모습은 이제는 거의 남아있지도 않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바닥까지 떨어뜨렸다. 선거철 다가오면 180도로 달라질 정책을 누가 믿겠는가? 결국 '존버'의 승리 아닌가.

여당 대선후보는 시작도 안 한 핵심 부동산 공약을 사실상 접었다. 국민들이 반대하면 '국토보유세'를 안 만든다고 한다. 세금 늘린다는 데 찬성할 국민이 있기는 한가? 불과 몇 달 만에 접을 공약을 내놓은 것인가?

뒤늦게나마 국민들의 민심을 읽은 것이라 애써 변명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지난 4년간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정책에서 만큼은 민심을 한 번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다.

25번의 규제로 망가진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다. 앞으로 우리 국민들이 온전히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러니 '태세전환'도 좋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끝까지 하자.


김민수기자 ms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