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청화아파트에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혜인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청화아파트에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혜인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과 한남동 일대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태원동 청화아파트가 12년 만에 재건축을 다시 추진하면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인근 한남뉴타운 내 한남3구역에서 조합장이 교체됐고 유엔사부지도 내년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강북의 대표 주거지인 용산구 한남·이태원동 일대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주변 아파트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태원 청화 재건축 ‘재시동’

이태원 청화, 12년 멈춘 '재건축 시계' 돌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청화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준비금을 5000만원 넘게 모아 12월 추진위 재출범을 위한 주민 총회를 열 예정이다. 2009년 최초로 추진위가 설립된 지 12년 만이다. 이 단지는 2013년 예비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다음해 정밀 안전진단에 대한 기준 동의율(60%)을 넘지 못해 사업이 무산됐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전에는 재건축을 반대하는 고령 주민이 많았지만 지난해까지 전체 가구의 약 30%(중복 건수 포함) 소유주가 바뀌면서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며 “2017년 유엔사부지가 매각된 이후 재건축 투자를 목적으로 진입한 소유주가 많다”고 전했다.

이태원 청화, 12년 멈춘 '재건축 시계' 돌린다
청화아파트는 1982년 완공돼 올해로 40년차가 된 노후 아파트다. 지상 1층~지상 최고 12층, 9개 동, 총 578가구(전용 104~174㎡) 규모다. 박정아 추진위 재건준비회장은 “입지가 뛰어나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형 건설회사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며 “많은 주민이 가구 수를 늘려 수익을 내기보다 고급스러운 주거지를 원하고 있어 1 대 1 재건축을 통한 중대형 위주 설계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교통 여건도 좋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이 단지에서 도보로 5분 거리다. 2028년 말 신분당선 연장노선의 동빙고역이 한강중 앞 삼거리에 생길 예정이다. 반포대교와 한남대교도 가깝다. 인근에 녹지도 많다. 단지 바로 옆에는 남산공원과 맞먹는 규모의 서빙고 근린공원이 자리한다. 2017년 주한미군기지를 이전하면서 조성되는 대규모 생태공원인 용산공원(2024년 준공 예정)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추진위 재건위원회가 설립되는 등 사업 진척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집값도 상승세다. 전용 174㎡는 올해 7월 27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12월(20억6000만원)보다 6억9000만원 상승했다. 이태원동 N공인 대표는 “매도자가 실거래가보다 2억~3억원씩 올려 내놓다 보니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남뉴타운·유엔사부지 속속 개발

용산구에서는 강북권 최대 재개발 사업지인 한남뉴타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남뉴타운에는 2017년 구역 해제된 1구역을 제외하고 1만2448가구의 주택이 들어선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시행된 한남3구역 조합임원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에서 조창원 후보가 조합장으로 당선됐다. 선거 불공정 시비, 감정평가 논란 등으로 내홍을 겪다가 9년 만에 조합 집행부가 교체된 것이다. 한남3구역(5816가구)은 사업비만 7조원을 웃도는 대규모 사업지다. 새 집행부는 내년 상반기 관리처분을 마무리하고 이주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남1구역도 지난달 주민 동의율 61.8%를 웃돌아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지원하는 등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태원동 유엔사부지 개발사업은 지난 7월 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이곳에는 공동주택 420가구, 오피스텔 777실, 호텔, 업무시설, 판매 및 문화집회시설 등으로 이뤄진 복합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공동주택 등을 분양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말부터 건물 배치 등이 인근 청화아파트의 북쪽 저층 가구의 일조권을 침해해 주민과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시행사와의 협의로 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용산구는 개발 호재가 풍부한 데다 광화문·종로 등으로 오가기도 편하다”며 “향후 들어서는 주거시설은 강북의 랜드마크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