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푸는 은행들, 재개되는 대출
"대출 완화 소식에 실수요자 문의 늘어"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모습. 사진=뉴스1

"대출이 다시 풀린다는 얘기가 나오니 다시 전화가 오기 시작하네요. 정말 오랜만에 매수 문의 전화를 받았어요."(경기도 동탄2신도시 A 공인 중개 관계자)

시중은행들의 '돈줄 죄기'로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에 미약하게나마 온기가 돌고 있다. 은행들이 바짝 조였던 대출 규제를 일부 풀기 시작하면서다. 대출 재개 소식이 들려오자 실수요자들이 발 빠르게 행동에 나서고 있다. '언제 또 대출이 막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미뤄왔던 매매나 전세를 알아보고 있다.
조였던 '돈줄' 푸는 시중은행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굳게 걸어 잠갔던 대출 창구를 조금씩 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3일 오후 6시부터 비대면 모바일 대출을 재개했는데 여기엔 주택담보대출인 하나원큐아파트론이 포함됐다. 내달 1일부터는 주택·상가·오피스텔·토지 등 부동산 구입 자금 대출 판매도 재개한다. 사실상 다음 달부터 주담대가 전면 재개되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부동산 및 신용 대출을 중단했었다.

NH농협은행도 다음 달부터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택담보 대출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8월 가계 대출 증가율이 전년보다 7% 넘게 뛰자 신규 담보 대출을 전면 중단한 뒤 지난달 18일 전세자금 대출만 재개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 22일부터 원금의 5% 이상을 분할 상환하도록 한 전세자금 대출 방식에서 대출자가 일시 상환도 선택할 수 있도록 내부 지침을 바꿨다. 또 집단 대출 가운데 입주 잔금 대출의 담보 기준을 설정할 때 ‘KB시세’로 먼저 검토하고 없으면 ‘감정가액’을 쓰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9월부터 ‘분양가격’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강화했었다.
서울 중구 시중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중구 시중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사진=뉴스1

대출이 재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규제 때문에 옴싹달싹하지 못했던 실수요자들도 다시 중개업소를 찾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의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대출이 재개됐다는 소식에 오랜만에 몇 통의 문의를 받았다"며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집을 팔기 위해 물건을 내놨던 집주인들도 갑자기 공인중개업소에서 전화가 오자 깜짝 놀란 눈치다.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C씨는 "집을 내놓은 지 두 달이 좀 넘어가는데 여태 전화 한 통 없다가 갑자기 연락이 오고 있다"며 "공인 중개업소에 알아보니 대출이 재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매수 문의가 늘었다고 답하더라"고 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 변화는 서울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 마포구의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대출 규제 완화 소식에도 문의는 거의 없다"고 했고, 서울 내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꼽히는 강북구의 E 공인 중개 관계자도 "대출 완화 얘기에도 문의가 오거나 그러진 않았다"며 "거래 절벽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대출 재개로 일부 온기가 도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매매 심리는 악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15일) 기준 경기도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0.6으로 전주 104.3보다 3.7포인트 떨어졌다. 인천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같은 기간 105.8에서 103.4로 내려왔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9.6으로 전주 100.9보다 1.3포인트 내려갔다. 매매수급지수가 100 이하로 내려간 것은 올해 4월 5일(96.1)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 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했다. 기준선인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

경기와 인천에서는 아직까진 살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고, 서울은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더 많단 의미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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