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국에서 새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한 10명 중 3명은 잔금대출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애꿎은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주 못한 10명 중 3명 "대출 막혀서"
주택산업연구원은 입주경기실사지수(HOSI)를 조사한 결과 지난달 전국 미입주 사례 중 34.1%가 ‘잔금대출 미확보’ 때문이라고 19일 밝혔다.

전달(26.7%) 대비 7.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통상 입주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르는데,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주를 포기하고 전·월세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외 ‘기존 주택매각 지연’(34.1%)과 ‘세입자 미확보’(27.3%), ‘분양권 매도 지연’(2.3%)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잔금 대출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응답 비율은 2019년 12월 18.8%에서 지난해 6월 24.3%, 12월 24.2%, 올해 6월 28.8%로 높아지는 추세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지속적으로 조여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2019년 발표한 ‘12·16 대책’을 통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의 담보인정비율(LTV)을 낮췄다. 9억원 미만 주택에는 기존과 같은 40%가 가능하지만 9억~15억원은 20%가 적용된다. 15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담보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급격히 불어난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피해 보는 실수요자가 적지 않다”며 “입주를 포기하는 억울한 경우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