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으로 아파트 마련했다가 매도 대신 '증여'
강북 및 수도권까지 '증여' 확산

2018년 3억1500만원이었던 중계동 아파트 6억대까지 올라
보유세 부담에 팔려고 해도 '양도세 폭탄'

전세난에 신혼집 못 구하던 아들에게 증여
서울 노원구·도봉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도봉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은퇴를 앞두고 노후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부동산'이었다. 작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혹은 상가라도 사두면 따박따박 월세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큰 돈은 아니더라도 은행의 금리보다는 높은 수준이니, 은퇴 후 줄어드는 월수입을 대체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부동산이 효자'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외에 집을 보유하게 되면 세금폭탄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집을 가지고 있을 때 내는 보유세는 물론이고, 파는 것도 높아진 양도세 때문에 문제다. 정부는 '보유하고 있으면 부담일 것'이라며 시장에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시장 보다는 '증여'가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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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올들어 최소인 449건으로 올해 누적된 증여건수는 1만804건에 달하게 됐다. 월 평균 1200건에 달하는 셈이다. 강남에서 시작된 '아파트 증여 열풍'은 강북을 지나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 재산 증여는 일부 부자들의 얘기만은 아니게 됐다.

실제 퇴직금으로 아파트를 사놨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결국 '증여'에 나선 사연이 고준석TV를 통해 소개됐다. 소소한 월수익을 기대했다가 세금 폭탄에 결국 아들에게 물려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잘 설명됐다.

A씨는 2018년 퇴직금으로 목돈을 받았고 노원구 중계동 중계무지개 아파트 전용면적 49㎡(약 21평)를 매수했다. 당시 매수 금액은 3억1500만원이었다. 2주택이 됐지만, 매달 수입이 줄었기에 역세권 소형 아파트로 월세를 벌어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A씨의 소박한 기대는 의외의 결과를 초래하고 말했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실제 사연자를 소개하면서 증여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자료=고준석TV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실제 사연자를 소개하면서 증여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자료=고준석TV

이 아파트는 A씨가 매수한 지 2년 만인 2020년 초에 4억원을 넘더니, 2021년에는 5억원을 넘어섰다. A씨는 보유하고 있자니 보유세가 부담이었고, 한번 타이밍을 놓치지 양도세도 걱정이 됐다. 고민이 깊어질 무렵 아들이 1년가량 교제했던 여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게 됐다. 아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전셋값이 너무 오른데다 마땅한 물건을 찾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난 6월1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주택을 1년 미만으로 보유한 뒤 거래하면 양도세가 기존 40%에서 70%로, 2년 미만의 경우 60%로 올렸다. 여기에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p(포인트), 3주택자는 경우 30%포인트가 더해지면서 양도세 최고세율은 75%까지 인상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양도세 세율에서 지방소득세가 10% 추가로 부과되면서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최고 82.5%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A씨는 고민끝에 전문가를 찾았고, 결국 '증여'로 가닥을 잡았다. A씨는 아들에게 증여를 해주면서 세금을 아낄 수 있었고, 아들은 이로인해 신혼집을 안전하게 장만할 수 있었다. 현재 이 아파트는 지난달 6억7000만원대에 손바뀜이 일어났다. A씨가 보유하고 있던 3년 반 만에 집값이 두배가량 오른 셈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실제 사연자를 소개하면서 증여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자료=고준석TV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실제 사연자를 소개하면서 증여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자료=고준석TV

처음부터 A씨가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아파트를 매수한 건 아니었다. 때문에 월세와 함께 노후를 보내려는 계획은 무너지게 됐다. A씨의 아들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도움없이 집을 구해 신혼살림을 꾸리려고 했지만, 높아진 전셋값에 결국 A씨에게 손을 벌린 셈이 됐다. 당초의 계획과는 달라졌지만, A씨의 가족들은 매달 나가는 이자나 세부담 등을 줄이게 됐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과거에는 세금걱정이 강남이나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집을 보유하고 있는 유주택자라면 반드시 고민해야할 문제가 됐다"며 "집은 처분할 때나 보유할 때 세금에 대한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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