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절반이던 빌라 거래량, 올해 '역전'
치솟은 아파트값에 대출규제…'매입장벽'
무규제·재개발 기대감까지…빌라에 '풍선효과'
서울의 빌라 매매량이 아파트를 뛰어넘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빌라 매매량이 아파트를 뛰어넘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에서 다세대·연립주택 등 빌라에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 올해 거래된 서울 주택 2건 중 1건은 빌라일 정도다. 높은 가격과 대출규제로 아파트 매입장벽이 높아지자 빌라로 수요가 쏠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파트 시장에서는 최근 거래량이 줄고 상승률이 주춤하면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빌라로 수요자들이 몰린 통계들이 나오면서 풍선효과라는 지적도 동반되고 있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주택유형별 매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의 빌라 매매 건수는 총 5만1708건이다. 이 기간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아파트를 합한 전체 주택 매매건수 10만4492건의 49.5%에 달한다. 아파트 매매 비중은 41.1%에 그쳤다.

지역별로 △은평구(69.5%) △강북구(66.5%) △광진구(63.3%) △도봉구(60.2%)에서 빌라 거래 비중이 60%를 넘겼고, △강서구(59.6%) △양천구(58.0%) △송파구(57.3%) △관악구(57.2%) △금천구(55.0%) △강동구(51.6%) △동작구(51.5%) △마포구(50.6%)도 빌라 거래가 과반이 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서도 빌라의 거래량 역전이 눈에 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파트의 거래량이 빌라보다 많았지만, 올해 1월 빌라 거래량이 5857건으로 아파트(5796건)를 넘어선 이후 현재까지 11개월 연속 우위에 있다. 지난달 빌라 거래량은 3629건을 기록한 반면, 아파트는 1978건에 그쳤다.

이달에도 빌라 646건, 아파트 141건으로 4.6배의 격차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해까지 월간 아파트 거래량이 빌라보다 2~3배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빌라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통상 빌라는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도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에 수요자의 외면을 받아 아파트보다 적은 거래량을 보여왔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와 빌라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와 빌라 모습. 사진=뉴스1

매수세가 쏠리니 가격도 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빌라를 포함한 연립주택 매매가는 0.55% 상승해 지난 4월(0.20%) 이후 6개월 연속 상승폭을 늘렸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적 상승률도 3.38%에 달해 지난해 연간 상승률인 1.49%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배 넘게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가가 2개월 연속 상승폭을 축소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빌라의 인기는 대출규제로 아파트 매입장벽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파트 가격이 장기간 급등하며 6억원 이하 서울 아파트는 전체의 10% 수준으로 줄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1639만원에 달한다. 아파트는 9억원을 넘으면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적용되고 15억원을 넘으면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다.

빌라는 이러한 규제에서 자유롭다. 무주택자가 9억원 이하 빌라를 매수하면 별도의 전세자금 대출도 받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규제도 없으니 '내 집 마련' 수요가 아파트에서 빌라로 돌아서며 풍선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빌라는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적어 '갭투자'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일선 중개업자들은 최근에는 재개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빌라를 매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강북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이 이어졌다. ‘제2종 7층’ 규제 완화까지 겹치며 정비사업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도봉구의 한 공인중개사도 "재개발을 노리고 자녀에게 증여하기 위해 빌라를 알아보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2종 일반주거지역의 7층 높이 제한 규제를 푸는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2종 일반주거지역은 주로 다세대·빌라 밀집 지역인데, 이 곳을 재건축·재개발 하거나 지구단위계획을 세워 아파트를 지을 때 25층까지 올릴 수 있게 됐다. 용적률도 190%에서 200%로 상향된다.

업계 관계자는 "내 집 마련 수요는 여전한데 아파트 가격은 하늘 높이 뛰었고 대출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재개발 기대감도 커진 빌라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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