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복귀한 '삼성물산의 힘'…수주전 8전8승
삼성물산이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을 앞세워 재건축 등 도시 정비사업 수주전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 들어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남’ 아파트 리모델링 등 4개 단지, 총 9117억원 규모 사업을 따낸 데 이어 최근 용산구 이촌동 ‘이촌코오롱’(사진) 아파트 리모델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삼성물산은 작년 4월 5년 만에 정비사업 시장에 복귀해 참여한 여덟 곳의 수주전에서 모두 이겼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 시장에서 1조원 이상의 수주액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촌코오롱 리모델링 주택조합은 지난달 말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내달 말 최종 시공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총 사업비는 36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비사업 복귀한 '삼성물산의 힘'…수주전 8전8승
서울 강북의 전통적 부촌으로 꼽히는 이촌동에선 이촌코오롱을 비롯해 15개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대형 건설사 수주 경쟁도 강남 못지않게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달 말 입찰이 이뤄지는 ‘한강맨션’ 재건축 사업(총 사업비 6225억원) 수주를 두고 GS건설과 맞붙을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시공사를 선정하는 ‘강촌’ 아파트와 ‘한가람’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수주전 참여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래미안첼리투스’(2015년 준공)가 들어서 있는 이촌동 일대를 대규모 ‘래미안 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남권에선 내년 초 서초구 방배동 ‘방배6구역’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놓고 두산건설과 격돌한다.

과거 래미안을 앞세워 강남 일대 재건축 수주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던 삼성물산은 2015년 서초구 서초동 ‘무지개’ 아파트(현 서초그랑자이) 재건축 수주전에서 GS건설에 밀린 뒤 한동안 재건축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때문에 한때 주택사업 철수설, 래미안 브랜드 매각설 등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4월과 5월 각각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와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을 연달아 따내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 6월에는 주택사업 부문에 리모델링사업 조직을 신설해 7년 만에 리모델링 시장에도 다시 뛰어들었다. 작년 4월 복귀 이후 여덟 차례 치른 수주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입찰에 참여하면 상당수 대형 건설사가 사업 의지를 접을 정도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고 했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정비사업 수주 호조로 실적도 개선될 전망이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재건축·리모델링사업 수주 실적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는 내년 이후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