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접수처에서 시민들이 접수 대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전청약 접수처에서 시민들이 접수 대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공공택지 2차 사전청약에서 신혼희망타운 경쟁률이 크게 떨어졌다. 함께 진행된 공공분양과 비교해 5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은 물론, 미달을 기록한 곳도 있다. 일반 민간 분양 아파트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 경쟁률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2차 사전청약에서 신혼희망타운 4126가구 모집에 1만1914명이 신청해 평균 2.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5976가구 모집에 8만9614명이 몰려 1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공공분양과 비교하면 크게 저조해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다는 평가다.

2차 사전청약 신혼희망타운은 군포, 부천, 성남, 수원, 의왕 등 5개 지역에 전용 46~59㎡로 공급됐다. 총 14개 주택형 가운데 해당지역 거주자에게 100% 물량이 우선공급 되는 의왕 월암 55㎡에서 825가구 배정에 546명만 신청하며 미달이 발생해 기타지역 신청을 받아야 했다. 수원 당수 46㎡ 역시 수원시 거주자에 배정된 87가구 가운데 38가구가 미달이 나며 경기도·수도권 신청자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추가 접수를 마치고도 경쟁률이 2대 1에 미치지 못한 곳은 △군포 대야미 55㎡(1.8대 1) △부천 원종 46㎡(1.0대 1) △성남 낙생 51㎡(1.5대 1) △수원 당수 46㎡(1.4대 1) △의왕 월암 55㎡(1.7대 1) 등에 달한다. 특히 부천 원종 46㎡는 76가구 모집에 79명이 신청하며 미달을 겨우 면했다. 두 자릿 수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13.9대 1을 기록한 성남 낙생 59㎡T(테라스) 뿐이었다.
2차 사전접수 신혼희망타운 최종 경쟁률. 사진=국토교통부
2차 사전접수 신혼희망타운 최종 경쟁률. 사진=국토교통부
신혼희망타운이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신혼희망타운 관련 카페, 단톡방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신혼희망타운에 지원하고자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서도 정책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신혼희망타운 단톡방에서 성남 낙생 59㎡T에 지원했다는 한 신혼부부는 "아이 키우며 살기엔 55㎡도 비좁은데 46㎡, 51㎡는 어떻게 살라고 내놓는지 모르겠다"며 "공급을 늘리겠다며 삶의 질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성토했다. 다른 지원자도 "처음부터 신혼희망타운에 관심을 두진 않았다. 집값이 너무 오르고 대출도 막히니 밀려난 것"이라고 털어놨다.

신혼희망타운은 전용 60㎡ 이하 평형으로만 공급된다. 다만 방이 2개 뿐인 46㎡, 55㎡ 위주이고 방 3개로 구성된 59㎡ 물량은 매우 적은 편이다. 이번 2차 사전청약에서도 전체 4126가구 가운데 59㎡는 군포 대야미, 성남 낙생 등에서 273가구 공급에 그친 반면, 55㎡는 3412가구에 달했다. 그나마도 군포 대야미는 복층 구조로 설계되며 방 2개에 알파룸으로 구성됐다.

공공분양과 달리 추후 매각할 때 차익의 절반을 정부에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신혼희망타운의 인기가 낮은 이유다. 신혼희망타운은 분양가 3억700만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경우 '신혼희망타운 전용 주택담보 장기대출상품(수익공유형 모기지)'에 의무 가입하도록 한다.

과거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분양가가 이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집값이 거듭 상승하며 현재는 모든 평형이 이 기준을 상회한다. 2차 사전청약 14개 주택형 가운데 가장 저렴한 수원 당수 46㎡ 분양가도 3억1111만원이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신혼희망타운 전용 55㎡ 모델하우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신혼희망타운 전용 55㎡ 모델하우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상 모든 신혼희망타운에서 수익공유형 모기지 가입이 의무인 셈인데, 이 상품은 연 1.3% 고정금리로 집값의 70%까지 대출을 해주는 대신 매각할 때 시세차익의 10~50%를 주택도시기금으로 환수한다. 만약 집값의 70%를 빌렸다면 무자녀로 9년간 거주한 뒤 매각할 때 차익의 50%가 환수 대상이다.

같은 규모의 대출을 받고 환수 규모를 10%로 낮추려면 자녀를 2명 이상 낳고 19년을 살아야 한다. 여기에 더해 시세차익 계산에 양도소득세 등은 감안되지 않기에 세금 부담까지 입주자가 부담해야 한다.

신혼희망타운은 부동산, 금융자산, 전세보증금, 자동차 가액을 합한 금액이 3억700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지원이 가능하다. 애초 자산이 적은 신혼부부가 분양가 상당액을 대출받아 입주하는 것인데, 시세차익 공유에 세금부담까지 감안하면 신혼희망타운을 매도해 더 큰 평형으로 이동하긴 쉽지 않아진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신혼희망타운은 모아둔 자금이 부족한 신혼부부가 큰 부담없이 입주해 1~2명의 자녀를 낳고 키우며 거주할 수 있는 곳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며 "신혼희망타운의 목적을 감안할 때 자녀를 키우기 어려울 정도로 평형이 좁고, 자녀가 성장해 보다 큰 집으로 이사가려 하면 수익공유가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수도권 2기 신도시에서 공급한 민간 아파트의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경기도 수원시 광교신도시에서 최근 분양했던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는 21가구를 모집하는데 2680명이 신청했다. 평균경쟁률로만 127.6을 기록했다. 파주시 운정신도시에서 공급했던 '운정신도시 푸르지오 파르세나'에서도 346가구를 모집하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2187명이 몰려 6.3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