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를 낀 거래 비중이 최근 40% 수준까지 올랐다. 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을 옥죄면서 실수요층이 매매뿐 아니라 전·월세 거래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 10건 중 4건이 월세 낀 거래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10월 26일까지 체결된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 3만3435건 중 월세를 낀 거래는 39.2%(1만3099건)로 나타났다. 월세를 포함한 거래 비중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2017년 30.4%를 기록한 뒤 2018년 26.8%로 소폭 줄어든 뒤 2019년(27.1%)과 지난해(32.9%)에 이어 올해까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임대차 계약을 전세, 월세, 준월세, 준전세로 분류한다.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 치 이하인 거래,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인 거래,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를 초과하는 거래다.

지역별로 보면 중구가 50.6%로 가장 높았다. 중랑구(47.8%) 강동구(46.2%) 송파구(44.6%) 은평구(42.8%) 강남구(42.6%) 등이 뒤를 이었다. 강남권과 서울 외곽 지역을 불문하고 ‘월세 난민’ 비중이 확대된 셈이다.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낀 계약 비중은 작년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된 이후 30%대를 돌파했다. 전세난 속 임차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월세를 껴 계약을 맺는 경우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금융권의 전방위 대출 옥죄기가 현실화되면서 이 비중의 증가 폭이 더 커졌다.

최근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를 잇달아 발표함에 따라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6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 40% 적용 시행 시점을 애초보다 앞당기는 동시에 이를 제2금융권으로 확대 적용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1월부터는 총대출금액이 2억원(7월부터는 1억원)을 초과할 경우 대출자가 1년간 갚아야 하는 모든 종류의 부채 원리금이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4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은행권과 비교해 대출 한도가 높았던 제2금융권의 문턱도 높아질 예정이다.

아울러 26일부터는 국민·신한·하나 등 5대 은행에서 새 전세자금대출 관리 방안이 시행됐다. 임대차 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할 수 있고, 1주택 보유자는 은행 창구에서 직접 신청해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전세 대출 규제가 심화될수록 서민들의 주거 비용이 증가하고, 내 집 마련에 걸리는 기간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