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투자로 수십배 벌 수 있다" 기획부동산의 함정
어머니, 자매 등 1억6800만원 사기 당해
실패 사례 딛고 공부…결국 내 집 마련 성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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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이나 지자체 공무원들이 신도시·택지지구 개발 정보를 미리 듣고 땅을 사는 행위가 적발되면서 대중의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일반인에게는 '먼 얘기' 같지만 이 같은 사례를 역이용해서 일반인을 투자자로 끌어들이는 경우가 있다. 바로 '기획부동산'이다.

기획부동산은 개발 가능성이 없는 맹지·임야를 사들인 후 비싼 값에 팔아 이득을 챙기는 행위로, 쉽게 말해 사기다. 개발호재가 있다는 말로 지인들을 현혹해 끌어들이고, 이렇게 들어온 지인들은 또다른 지인들을 끌어들이는 식이다. 문제는 수년이 지나도 개발이 되지 않는데다, 1개 필지를 여러명이 소유하게 되는 이른바 '쪼개기'에 당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들어서도 이러한 기획부동산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집값은 치솟은 반면, 3기 신도시나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등 다양한 개발계획들도 동시에 발표되면서다. 일반인들은 작은 여윳돈으로 토지에 투자해 돈을 불려서 내 집 마련에 돈을 보태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소유인(공유인)이 300명 이상인 땅은 전국에 2만2199필지였다. 땅들의 주인으로 등록된 사람은 1793만3905명에 달했는데, 개발 과정의 지분공유도 있지만 일부는 기획부동산의 '쪼개기' 사기로 의심된다.

실제 일반인들의 사례에서도 이 같은 기획부동산의 횡포가 포착됐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운영하는 '고준석TV'는 27일 기획부동산에 사기를 당한 A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언니의 소개로 어머니와 A씨까지 토지에 투자했다가 날린 경우다. A씨는 기획부동산으로 부동산 투자에 실패하게 됐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도전해 내 집 마련을 성공하게 됐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기획부동산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A씨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고준석TV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기획부동산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A씨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고준석TV

30대 미혼인 A씨는 마포구 아현동에서 미용사로 일하고 있었다. 서울에 집을 마련하는 게 꿈이었지만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찰나에 2015년께 친언니로부터 좋은 소식(?)을 듣게 됐다. 경기도 평택에 개발될 땅이 있는데,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고 하니 같이 들어가자는 것이었다. 언니는 '기회가 별로 없을 것 같다'며 본인돈 7000만원, A씨 4800만원, 어머니 5000만원 등 1억6800만원을 투자했다.

A씨는 그렇게 언니 말만 믿고 난생처음 부동산 투자를 하게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개발계획은 커녕 땅값이 올랐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결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등기부등본과 관련 서류들을 떼어봤다. 그랬더니 1개 필지를 잘개 쪼개져 있었고, 나눠가진 명의만 40명이 넘었다. A씨는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기획부동산의 실체를 알게됐고 충격에 빠졌다. 언니와 어머니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평택 땅에 묶인 돈은 이젠 날리는 처지가 됐다. 부동산 투자에 트라우마를 가질 법도 하지만, A씨는 내 집 마련이 급했다. A씨는 기획부동산에 당한 탓을 언니에게 돌리는 대신 자신을 돌아봤다. 자신도 몰랐다는 언니를 원망하기 시작했다가는 집안이 파탄날 게 뻔했다. 수천만원을 투자하면서도 수년간 평택에 단 한번도 안 가본 자신도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A씨는 지난해부터 발품을 팔았고 살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구한 집이 노원구 중계동의 전용면적 39㎡(약 17평) 아파트였다. 복도식에 거실 겸 큰방 1개와 작은방 1개의 구조였다. 혼자살기에는 괜찮은 구조였지만, 문제는 집값이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기획부동산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A씨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고준석TV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기획부동산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A씨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고준석TV

지난해 초 해당 아파트의 집값은 3억7000만원 정도였다. 수년전 평택 땅을 샀던 시절을 떠올리면 말도 안되는 매매가였지만, A씨는 현재의 가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온갖 돈을 끌어모으고 대출도 적극적으로 일으켰다. 1년 반이 지난 이 아파트의 매매가는 7억원이 됐다. 집값이 오르면서 A씨는 그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무엇보다 '부동산 트라우마'를 극복한 게 A씨와 가족들에게는 도움이 됐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이와 관련 "부동산에 있어서 실패를 하는 경우는 나올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라며 "'부동산은 나와 맞지 않는다'며 포기하기 보다는 철저한 공부를 통해 실패를 딛고 일어나야만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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