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 기회 드리겠습니다"
'바보' 소리 들은 사람이 돈 벌었다
"지금 부장 승진이 대수야? 집 산 친구는 5억 벌었다는데"

"지금 부장 승진이 대수야? 집 산 친구는 아파트값이 5억이 올랐다는데, 당신이 팔자고 우겨서 판 우리 아파트는 지금 두 배로 올랐고. 승진해서 겨우 몇십만 원 더 번다고 그 집 살 수 있어? 집값 계속 내려갈 거라고 사지 말자며!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알아? 거지가 된 기분이라고."

원수 같은 부부간의 '애로'를 담은 토크쇼 '애로부부'에 소개된 '벼락 거지'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집 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현실 버전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회자되고 있다.

당시 케이크를 사서 귀가한 남편은 부장 승진했다며 아내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지만 아내는 "당신이 팔자고 해서 판 아파트 가격은 2배로 오르고 그때 대출받아 집 샀던 친구 집은 5억 원이 올랐다"면서 "승진했다고 우리 집 다시 살 수 있느냐"고 원망을 쏟아낸다.
"지금 부장 승진이 대수야? 집 산 친구는 5억 벌었다는데"

집을 산 이들이 하루아침에 엄청난 집값 상승효과를 누리면서 상대적으로 세입자들은 '벼락 거지'로 내몰린 현실을 반영한 내용에 당시 많은 시청자가 공감했다.

2017년 당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집값 안정을 호언장담하며 "내년 4월까지 집 팔 기회를 드리겠다"고 했지만 여권 내부에서조차 "정부 경고를 무시한 사람들만 돈을 벌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권 초 '집 팔 기회를 주겠다'는 정부의 호언장담에 실제 집 장만 시기를 미뤘던 이들은 통탄에 빠졌지만 반면 '그런 사람들은 욕만 할 뿐 절대 집을 못 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늘 지금 사면 후회한다는 말은 있었다. 매번 고점이라 했고 곧 내려갈 거라고 했다. 그 당시에 산 사람들은 바보 소리를 들었으며 항상 시간 지나고 그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샀어야 했다며 후회하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회사에서도 보면 못 살 사람들은 어떻게든 못 살 핑계를 만든다. 그보다 못한 상황에 있는 사람도 집 사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대출금 꼬박 갚아나가는데 자긴 상황이 안 좋다, 떨어질 거 같다 하면서 못 살 핑계만 대다가 시간이 지나면 정부를 욕한다"고 공감했다.

"2억 대 후반이면 살 수 있었던 아파트가 지금은 9억 대를 넘어갔다. 그 당시 나한테 집 사지 말라고 극구 말렸던 회사 부장님이 있었는데 지금도 전세살이 중이다. 지금도 한 번씩 만나면 집값 내려간다고 빨리 팔라고 하더라"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무주택자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전으로 집값을 되돌려달라며 촛불 집회에 나서 눈길을 끈다.

집걱정없는세상연대, 집값정상화시민행동을 비롯한 시민단체와 민주노총, 녹색당 등 68개 단체로 구성된 무주택자 공동행동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준) 공동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년 만에 주택가격이 어떤 통계에서는 70%, 어떤 통계에서는 100% 폭등했다"며 "집 투기를 청산하고 문재인 정부 초창기 집값으로 되돌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기 6개월을 남긴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부동산 문제는 여전히 최고의 민생문제이면서 개혁과제"라고 단 한 줄로만 언급했다.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라던 임기 초기 약속이 모두 공염불이 된 현실에서 '할 말'이 없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민간 통계인 KB국민은행 통계를 기준으로 서울의 3.3㎡(평당) 평균 아파트값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2326만원에서 지난달 4652만원으로 약 2배가량이 뛰었다·.

이전엔 상상할 수 없었던 집값 폭등을 유발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안정 과제라는 무거운 책무를 차기 정부에 넘겨주게 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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