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구역지정 생략
재건축전 200가구 미만에 적용
서울서 24개 단지 사업 나서
개포럭키, 건축심의 초고속 통과

내년부터 공공 방식도 도입
임대 지으면 용적률 늘려주기로
일반 재건축에 비해 규제가 덜한 소규모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개포럭키’.  /한경DB

일반 재건축에 비해 규제가 덜한 소규모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개포럭키’. /한경DB

200가구 미만의 낡은 아파트를 부수고 다시 짓는 소규모재건축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각종 규제로 일반 재건축은 어려워진 반면 소규모재건축은 규제가 적고 절차도 간단하다. 조합설립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이 2~3년에 불과하다. 내년 1월부터는 공공성을 강화하면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받을 수 있는 ‘공공 소규모재건축’도 도입돼 시장이 더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소규모재건축 조합설립 잇따라
규제 적어 2년이면 착공…'소규모 재건축' 뜬다

20일 국토교통부와 서울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서울에서 소규모재건축을 하기 위해 동의서징구 등에 나선 사업장은 총 24곳으로 집계됐다. 마포구 공덕현대아파트, 광진구 광장삼성1차아파트 등을 비롯해 서초구 서초아남, 강남구 개포우성5차 등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활발하다. 소규모재건축 제도가 도입된 2018년 이후 지금까지 사업을 진행 중인 사업장이 62곳뿐인 것을 감안하면 최근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는 게 정비업계의 설명이다.

소규모재건축 사업은 기반 시설이 양호한 대지면적 1만㎡ 미만 지역의 노후 연립주택이나 소형 아파트 등 공동주택 단지에서 이뤄진다. 종전 주택수가 200가구를 넘어서는 안 된다. 일반적인 재개발 재건축과 달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안전진단, 정비구역 지정 등 각종 절차가 생략된다. 규제가 적고 추진 절차도 간단해 조합설립 후 착공까지 2년이 채 안 걸리는 경우도 있다.

기존 사업장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총 62곳 사업장 가운데 37곳이 최근 조합설립인가를 완료했다. 절대수로는 구로구가 7곳으로 가장 많지만 강남구(3곳) 용산구(3곳) 성동구(3곳) 등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지역도 적지 않다. 강남구 도곡동 개포럭키아파트는 지난 4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이후 건축심의를 준비중이다. 1986년 준공된 8층 128가구 단지를 최고 28층의 186가구로 다시 지을 계획이다. 강남구 내에선 개포럭키를 포함해 논현동 논현청학·대성연립, 역삼동 테헤란빌라·역삼아트빌라 등 총 5곳이 공식적으로 소규모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소규모재건축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대형 건설사들의 태도도 사뭇 달라졌다. 현대건설은 5월 한남동 한남시범 소규모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됐다. 전통 부촌으로 꼽히는 유엔빌리지, 한남더힐 등과 가까워 향후 높은 프리미엄이 기대되는 단지다. 소규모 단지임에도 이례적으로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도곡동 개포럭키아파트는 지난 19일 총회를 열고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포스코건설은 송파구 가락현대5차 소규모재건축의 시공권도 따냈다.
내년부터 공공방식도 도입
규제 적어 2년이면 착공…'소규모 재건축' 뜬다

소규모재건축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기존 재건축이 막히면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규제 강화,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서울 내 신규 공급의 씨가 마르자 규모가 작더라도 새집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가락동 중개업소에 따르면 가락현대5차의 경우 전용면적 84㎡ 시세는 인근 중대형과 맞먹는 16억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공급 확대를 위해 소규모재건축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지난 ‘2·4대책’에서 발표한 공공주도 소규모재건축의 근거가 되는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시행에 참여하면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0%까지(3종 주거지역 기준 360%) 받을 수 있다. 다만 늘어난 용적률의 20~50%는 공공임대로 내놔야 한다.

서울시가 자체 분석한 결과 서울 내 소규모재건축이 가능한 지역은 2070곳, 6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178곳), 용산구(146곳), 동대문구(135곳), 송파구(129곳) 등 강남·북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소규모재건축은 안전진단 등을 받지 않아도 돼 속도가 빠르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며 “집값 상승으로 비강남권의 사업성도 좋아지고 있어 시장 전망이 밝다”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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