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참여가 논의되고 있는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1971년 준공된 여의도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다.  이혜인 기자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참여가 논의되고 있는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1971년 준공된 여의도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다. 이혜인 기자
입주한 지 50년이 넘는 여의도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시범아파트가 서울시 재건축 ‘신속통합기획’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대상이 되면 재건축 인허가 등을 단축해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4일 시범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신속통합기획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는 주민들의 요청으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 ‘오세훈표 재건축’ 도입하나

여의도 시범 '오세훈표 재건축' 도입 검토
여의도 아파트지구에 있는 11개 단지 중 가장 규모가 큰 ‘시범아파트’(1584가구·1971년 준공)의 신속통합기획 참여가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시범아파트는 2017년 안전진단을 통과한 이후 다음해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제출했지만, 당시 박원순 시장이 여의도 통개발 구상을 발표하면서 사업이 보류돼 왔다.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가 조합을 도와 인허가 등을 빨리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참여할 경우 신속 심의가 이뤄져 도시계획결정 기간이 종전 5년에서 2년으로 단축된다. 이후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는 건축·교통·환경 통합 심의를 통해 소요 기간이 종전 1년6개월에서 9개월로 줄어든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범아파트가 받아들이면 신속통합기획이 여의도 재건축에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된다”며 “지지부진했던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범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설명회 이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아직 신속통합기획으로 방향을 전환할지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시범아파트에 신속통합기획이 적용돼 속도가 붙으면 인근 단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여의도와 같은 양질의 공급지에서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단지가 나오면 다른 지역에서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며 “사업 속도 외에 용적률, 분양가 등에도 혜택을 준다면 더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건축 기대감 여전해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의 신고가 거래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일 여의도동 ‘목화아파트’(312가구·1977년 준공) 전용면적 89㎡가 22억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달 1일 19억2500만원에 매매된 뒤 한 달 만에 14% 오른 것이다. 인근 J공인 대표는 “현재 같은 주택형 매물이 24억원에 나와 있다”며 “지금 같은 분위기면 연말에 25억원까지는 거뜬히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고 했다.

목화아파트는 종 상향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서울시는 지난달 10일 목화·삼부아파트 주민과의 간담회에서 두 단지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면 법적 상한 용적률이 600%인 상업지역으로 종 상향을 해주겠다고 했다. 또 비주거시설 비율(20%→10%)을 줄여 사업성을 올려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대부분 주민은 통합 재건축 이후 단지 위치나 동·호수가 바뀌는 것 등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재건축정책팀 관계자는 “통합 재건축 이후에도 단지가 원래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동 ‘삼익아파트’(360가구·1974년 준공) 전용 122㎡는 지난달 20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1월 18억6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3억원 오른 셈이다. 여의도동 ‘한양아파트’(588가구·1975년 준공) 전용 149㎡는 최근 25억8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21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1년 사이 4억원 넘게 올랐다.

여의도 아파트지구 등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포함돼 거주를 목적으로 한 매매만 가능하다.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재건축 단지 대부분이 담보대출이 금지되는 15억원을 넘어 매매가 어렵다. D공인 대표는 “거래량은 줄었지만 매매가 이뤄지는 족족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며 “물건을 구하기가 워낙 힘들어 집주인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