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로또' 과천 무순위 청약 잡아라…위장전입 등 기승
“과천에서 전입신고할 수 있는 방 구합니다. 반지하, 옥탑방 상관 없이 세대주로 전입신고만 가능하면 됩니다.”

지난해 ‘로또 분양’으로 인기를 끌었던 경기 과천 지식정보타운에서 총 200가구에 달하는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약 자격을 갖추기 위해 과천에 위장전입이 의심스러운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 무순위 청약은 지난 3~5월 경기도공정특별사법경찰단 수사를 통해 부정 청약 의심사례로 적발된 가구에서 나온 물량이다. ‘과천 제이드 자이’ 40가구를 비롯해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 36가구 △‘과천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 36가구 △‘과천 르센토 데시앙’ 28가구 △‘과천 푸르지오 오르투스’ 36가구 등이다. 그밖에 과천주공 2단지와 6단지를 각각 재건축한 ‘과천 위버필드’와 ‘과천 자이’에서도 일부 미계약분의 무순위 청약이 진행될 전망이다.

무순위 청약 신청 자격을 해당 지역 거주자로 제한하면서 과천에 주소지만 옮겨 놓으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5월부터 개정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신청 자격이 해당 주택이 들어서는 시·군에 거주하는 무주택 세대 구성원으로 제한된다. 다만 특정 거주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입주자 모집공고가 나오기 직전에 해당 지역으로 주소를 옮기는 ‘꼼수’가 가능하다.

실제로 온라인 부동산 직거래 커뮤니티에선 이달 초부터 과천에서 전입신고가 가능한 방을 구한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대다수가 주거 형태나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 없이 전입신고만 가능하면 된다고 하는 등 청약을 위한 위장전입이 의심스러운 사례들이다. 과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몇 달 전부터 지식정보타운 줍줍을 노리고 과천에 주소만 옮겨 놓는 용으로 반지하나 옥탑방 등 저렴한 월세를 구하는 손님이 있다”며 “저렴한 매물은 이미 다 나갔다”고 전했다.

위장전입을 하면서까지 무순위 청약을 노리는 이유는 분양가가 ‘로또’만큼 저렴해서다. 최초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에서 공급하면 당첨자는 10억~15억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지식정보타운 분양 당시 전용면적 59㎡의 분양가는 5억원대, 전용 84㎡는 8억원대였다. 인근 신축 ‘과천 푸르지오 써밋’은 전용 59㎡가 지난 7월 17억2000만원, 전용 84㎡가 8월 22억원에 손바뀜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부정 청약을 차단하기 위해선 거주 기간 요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안양 리버자이르네’와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 등은 각각 안양 거주 2년 이상, 수원 거주 2년 이상 조건이 있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투기 수요가 대거 몰려 실제 과천에 거주하려는 실수요자의 당첨 가능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사전 거주나 입주 등 요건 강화가 절실하다”고 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