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암사동 ‘선사현대’ 아파트가 최근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 인가를 받으면서 리모델링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3000가구에 육박하는 대단지인 데다 한강변에 자리해 대형 건설사는 물론 수요자들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선사현대는 최근 강동구청으로부터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작년 10월 주민들에게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받기 시작한 지 1년 만이다. 관할 구청에 조합 설립을 신청하려면 동의율 ‘67%’를 채워야 한다.

2000년에 입주한 선사현대는 16개 동, 2938가구 규모다. 국내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송파구 가락동 쌍용1차(2063가구)보다도 가구수가 많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 공사비만 9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 8호선 암사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일부 동(棟)은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용적률이 393%에 달해 재건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대건설, 롯데건설 등이 리모델링 사업 수주를 추진 중이다.

수평 증축 방식의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가구 수는 3200여 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조합 측은 예상하고 있다. 옆으로 면적을 늘리는 수평 증축은 수직 증축에 비해 사업성은 떨어지지만 안전성 검토를 받을 필요가 없어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르다.

리모델링이 가시화하면서 호가도 뛰고 있다. 이 단지 전용 59㎡는 11억~11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지난달 중순 11억4800만원에 신고가를 찍은 뒤 한 달 만에 호가가 많게는 1억원 올랐다. 암사동 A공인 관계자는 “선사현대는 탁월한 입지 요건에 비해 그동안 저평가를 받아 왔다”며 “리모델링 호재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구에서는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는 노후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추진 열기가 확산하고 있다. 1996년에 준공된 고덕동 ‘고덕아남’ 아파트는 지난달 리모델링 1차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807가구에서 887가구로 가구수를 늘릴 계획이다. 리모델링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새 단지 이름으로 ‘래미안라클레프’를 제안했다. 인근 ‘배재현대’ 아파트(448가구·1995년)도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다. 상일동에서는 ‘명일중앙하이츠’(410가구·1992년 준공)가 리모델링을 준비 중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