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하계동·월계동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하계동 ‘극동건영벽산’.  /장현주 기자
서울 노원구 하계동·월계동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하계동 ‘극동건영벽산’. /장현주 기자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재건축 열기가 인근 하계동과 월계동으로 퍼지고 있다. 총 16개 단지로 구성된 상계주공이 재건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노원구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은 하계동·월계동에서도 재건축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 동북선 경전철 등 개발 호재까지 더해져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계동 재건축 안전진단 추진 활발

상계동 이어 하계·월계동까지 '재건축 바람'
17일 노원구에 따르면 하계동 극동건영벽산이 지난 16일 재건축을 위한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1988년 준공된 이 단지는 1980가구로 이뤄져 있다. 지하철 7호선 하계역이 가깝다. 중평초와 중평중이 붙어 있어 교육 여건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순으로 이뤄진다. 예비안전진단은 구청의 현지 조사, 정밀안전진단은 전문 용역업체, 적정성 검토는 공공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국토안전관리원을 통해 통과 여부가 정해진다. 극동건영벽산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정밀안전진단까지는 속도감 있게 진행할 계획이지만 적정성 검토 단계부터는 정권 기조를 살펴본 뒤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재도전에 나선 하계동 단지도 등장했다. 지난해 9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현대우성아파트는 올 7월 다시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정밀안전진단을 추진 중인 곳도 많다. 3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하계장미(하계시영6단지)는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모금액을 모두 채웠다. 한신·청구도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모금 과정을 밟고 있다. 한신·청구는 두 단지가 함께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하계동에서는 임대아파트 개발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1989년 지어진 국내 1호 영구임대아파트인 하계5단지는 태릉골프장 부지 대체 물량으로 1500가구가 조성될 계획이다.

재건축과 교통 호재로 집값 상승세

월계동에서도 재건축 안전진단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총 3930가구에 달하는 월계동 시영아파트(미륭·미성·삼호3차)는 예비안전진단 재도전에 나섰다. 2019년 10월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탈락했다. 월계동 삼호4차도 예비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다.

노원구 ‘대장지구’로 꼽히는 상계동 상계주공 재건축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재건축 열풍이 인근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총 16개 단지로 구성된 상계주공은 지난해 말 입주한 8단지(포레나노원)와 공무원 임대아파트인 15단지를 제외하고 모든 단지가 안전진단을 진행 중이다. 월계동 A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기대가 높은 상계동과 학원가가 발달한 중계동에 비해 하계동·월계동 등은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최근 들어 재건축 호재, 학원가 공유 등의 장점이 주목받으면서 실수요자들이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열풍이 거세지면서 노원구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노원구 집값은 1.34% 올라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계동 B공인 관계자는 “대출 제한 등의 영향으로 거래량이 많지 않지만 최고가 경신과 호가 상승이 꾸준히 이뤄지는 등 집값은 고공행진 중”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내 각종 개발 사업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3월 공사가 시작된 동북선 경전철이 대표적이다. 2025년 개통 예정인 동북선은 지하철 2·5호선·수인분당선 왕십리역을 출발해 4호선 상계역까지 13.4㎞를 달리는 경전철 노선이다. 노원구에서는 4호선 상계역과 7호선 하계역, 1호선 월계역에서 환승이 가능하다. 교통 체증을 줄이기 위해 조성되는 동부간선도로(창동~상계 구간) 지하차도 구간도 2024년 12월 개통될 예정이다.

장현주/이혜인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