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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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드리겠다"면서 국민들에게 집을 팔라고 권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펴낸 책에서 한국 집값 상승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약속을 믿고 집을 판 사람들은 '벼락거지'로 전락하고 집을 끝까지 가지고 있던 이들만 엄청난 집값 상승의 수혜자가 됐다.

김 전 실장은 최근 발행된 '집에 갇힌 나라, 동아시아와 중국'(오월의봄)을 통해 "동아시아 국가들은 그만 '집에 갇힌 나라'가 되고 말았다"며 "우리나라는 지금 모두가 보고 있는 그대로이고, 홍콩, 중국, 대만도 마찬가지다. 일본도 부동산 양극화 현상은 별반 다르지 않다. 싱가포르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집 문제가 최우선 국가 과제라는 현실은 같다"고 썼다.

김 전 실장은 "동아시아의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고 또 가장 비싼가 하는 점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집값 통계라는 것이 가장 착시가 심한 영역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평균적으로 보면 홍콩, 중국, 대만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 평균보다 단연 상승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칼럼니스트 김민규 씨는 "11월 과천자이 입주를 기다리며 교수를 하고 있는 김 전 실장이 동아시아와 중국의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며 우리나라 부동산은 이만하면 양반이라고 했다"면서 "광화문 광장에 꿇어앉아 전 국민에게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양반이 뭐 잘났다고 자기변명도 모자라 (이같은 책을 냈느냐)"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이 문제 비판에 여야좌우가 있는지 의문이며 이 자가 이렇게 고개 빳빳이 들고 다니는 것은 대한민국 치안이 극도로 안전함을 증명하는 사례다"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출처=부동산 칼럼니스트 김민규 페이스북
출처=부동산 칼럼니스트 김민규 페이스북
김 전 실장의 주장대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통계수치상으론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한국 집값 상승률이 다른나라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통계 신뢰도의 문제 때문에 한국부동산원이 표본을 확대하기 이전에 발표된 통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책 소개에는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내세워 여러 대책을 쏟아냈지만 그때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부동산가격은 오히려 급등하기만 했다. 열심히 돈 모아 집을 산다는 예전 식의 내 집 마련은 그야말로 꿈이 되어버렸고, 정부의 약속대로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을 바랐던 서민들의 박탈감은 그만큼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한 것은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집값 폭등으로 큰 이득을 본 1주택자도, 다주택자도 이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집 없는 사람은 집을 사기는커녕 빌려 사는 것조차 녹록지 않아 난리고, 집 있는 사람은 시세 차익 환수에 따른 세금 부담으로 난리다"라고 덧붙였다.

김 전 실장은 2017년 “부동산 가격 문제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면서 "정책 일관성이라는 점에서 최소한 5년 동안 부동산 시장을 새로운 구조로 안착시키는 데 대해서 확고하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진행할 시간을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잇달아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거나 안정화 되고 있다"고 했다가 뭇매를 맞고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처음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기에 부동산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능력이 없으면 건드리지나 말 것이지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목표는 강남불패인가"라며 "이 정권의 계속된 부동산 정책의 결과가 가진 자에게는 날개를 달아주고, 서민들에게는 피눈물을 쏟게 했다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