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재개발' 신림1구역 "컨소시엄 시공사 반대" 목소리 커져
서울 ‘재개발 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관악구 신림1구역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컨소시엄(공동도급) 방식을 적용하는 것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조합원이 컨소시엄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되면 아파트 가치가 떨어진다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림1구역 재개발 조합은 전날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조합 관계자는 “2차 현장설명회에 SK에코플랜트, GS건설, 포스코건설, DL이앤씨,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등 6개 건설사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관악구 신림동 808 일대 22만4773㎡를 재개발하는 신림1구역은 서울 서남권 최대 규모 정비사업 중 하나다. 신림뉴타운 전체 면적의 72%에 달한다. 재개발을 통해 지하 2층~지상 29층 40개 동, 총 425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공사비만 1조537억원에 경전철 신림선 개통 호재 등으로 정비업계에서 ‘대어’로 꼽힌다. 2024년 착공해 2027년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조합이 지난달 31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첫 입찰을 했으나 GS건설·DL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 등 3개 건설사 컨소시엄만 단독으로 입찰하면서 유찰됐다. 내달 예정인 재입찰에서 새 건설사가 참여하지 않으면 조합은 GS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된다. 워낙 사업 규모가 큰 데다 대형 컨소시엄이 점을 찍어 놓은 상태라 다른 건설사가 새롭게 도전장을 내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림1구역 조합 내부에선 컨소시엄 시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조합원은 조합이 낸 재입찰 공고를 취소하고 ‘컨소시엄 입찰 금지’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컨소시엄 방식을 허용하면 건설사끼리 경쟁하지 않아 송파구 ‘헬리오시티’나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사례처럼 고급 브랜드 적용 등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 서명을 제출한 조합원 A씨는 “컨소시엄으로 시공이 이뤄지면 건설사 간 책임이 분산되면서 준공 후 하자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시공 품질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컨소시엄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반대 서명을 모집하는 중이다.

GS건설 컨소시엄 관계자는 “조합원이 우려하는 내용은 과거에 있었던 부작용”이라며 “조합원이 원하는 대로 세 건설사 중 한 곳의 브랜드를 사용하고, 대표사 한 곳에서 모든 공사를 지휘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은 내달 16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앞서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도 조합원 반발로 시공사 재입찰 공고문에 ‘컨소시엄 불가’ 조항을 넣었다. 지난해 6월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건설은 이 구역에 고급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