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3호선 녹번역 일대 새 아파트들이 GTX 개통 호재로 주목받고 있다. 2018년 10월 입주한 녹번동 ‘힐스테이트녹번’ 아파트.  /이혜인 기자
서울지하철 3호선 녹번역 일대 새 아파트들이 GTX 개통 호재로 주목받고 있다. 2018년 10월 입주한 녹번동 ‘힐스테이트녹번’ 아파트. /이혜인 기자
서울 은평구 지하철 3호선 녹번역 일대 아파트값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일대는 노후 빌라(다세대·연립주택)가 많고 교통 인프라가 부족해 주거지로서 인기가 높지 않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새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매수세가 크게 늘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개통 등 교통망 개선 기대도 집값을 밀어올리는 요인이다.

‘대출 금지선’ 근접한 녹번역 신축

"교통 좋아진다" 은평 녹번역 새 아파트 들썩
녹번역 일대 아파트 시세는 응암동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등 준공 5년 미만의 신축 단지 네 곳이 이끌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작년 5월 입주한 녹번역e편한세상캐슬(2569가구) 전용면적 84㎡는 15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지난 5월 기록한 신고가(14억110만원)보다 1억원 가까이 오른 금액이다.

응암동 M공인 대표는 “2월까지만 해도 10억원을 밑돌던 아파트값이 불과 반년 만에 ‘대출 금지선’인 15억원 턱밑까지 오를 정도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며 “추가 상승 기대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 매물은 한두 개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집값이 15억원을 넘으면 담보대출을 받지 못한다. 6월 11억1500만원에 팔린 전용 59㎡도 7000만원가량 뛴 11억8000만~11억9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녹번역과 바로 맞닿아 있는 응암동 ‘힐스테이트녹번역’(879가구·2021년 4월 준공)과 녹번동 ‘힐스테이트녹번’(952가구·2018년 준공) 아파트값도 상승세다. 힐스테이트녹번 전용 59㎡는 5월 11억2000만원에 최고가를 갈아치운 뒤 호가가 12억원까지 뛰었다. 3월 12억원에 팔린 힐스테이트녹번역 전용 59㎡ 호가는 12억5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녹번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래미안베라힐즈’(1035가구·2019년 준공) 전용 59㎡는 지난달 초 11억2700만원에 신고가를 찍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녹번·응암동이 속한 은평구 아파트값은 이달 셋째주(16일 기준) 전주 대비 0.20% 올랐다. 첫째주 0.15%, 둘째주 0.18%에 이어 상승폭이 계속 커지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아직 중저가 주택이 많은 은평구로 ‘내집 마련’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커지는 교통 개선 기대감

녹번역 일대는 교통망 부족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혔다. 종로 등 서울 도심으로 연결되는 통일로는 출퇴근 시간대 만성적인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 그러나 2018년 착공한 GTX-A 노선(경기 파주 운정~화성 동탄)이 2023년 말 완공되면 도심으로의 이동 시간이 크게 단축될 전망이다. GTX-A 노선은 녹번역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3호선 연신내역을 지날 예정이다. 녹번동 C공인 관계자는 “GTX-A 노선 개통이 가까워지면 녹번역 일대 신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했다.

녹번역 인근 노후 주거지역의 재개발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3호선 불광역 앞 대조1구역으로, 이주와 철거가 진행 중이다. 2024년 재개발이 완료되면 2389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대조1구역 맞은편에 있는 불광5구역도 사업시행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3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1차 후보지로 선정된 녹번동 근린공원 인근은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확보해 정식 지구지정 요건을 충족한 상태다. 이 부지에는 2436가구 규모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다만 부동산업계 일각에서는 GTX-A 노선이 개통되더라도 이 일대 높은 교통 혼잡도가 대폭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 교통망 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녹번역 일대는 도로 확장이 어려운 지역이어서 신축 단지가 많이 공급될수록 교통 체증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