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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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차 대기업 직장인 김모씨(32)는 주말마다 아파트 '임장(현장 답사)'을 다니느라 바쁘다. 퇴근 후 가장 많이 들여다보는 스마트폰 앱은 부동산 앱. 미혼에 종잣돈도 부족해 '내 집 마련'은 먼 미래의 일로 여겼던 김씨지만, 최근 부동산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덩달아 마음이 급해졌다. 지난해 서울 내 6억원이 안 되던 아파트들은 그새 2억~3억원 넘게 올라 '영끌'을 해도 구입이 불가능해졌다. 김씨는 "월급을 모으는 속도보다 집값 오르는 속도가 훨씬 빨라 손놓고 있다간 '벼락 거지'가 될까 걱정이 된다"고 털어놨다.

서울 아파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젊은 직장인이나 신혼부부 등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도 멈추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이나 빌라로 '영끌 수요'가 몰리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아파트매매 거래현황에 따르면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총 2만9399건으로 조사됐다. 이를 매입자 연령대별로 구분하면 30대 이하가 총 1만2179건을 매수해 전체의 41.4%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2019년 상반기 30대 이하가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비율은 약 28.3%에 불과했다. 이어 △2019년 하반기 32.8% △지난해 상반기 34.6% △지난해 하반기 40.1% 등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 30대 이하 매수세가 몰렸다. 올해 상반기 30대 이하가 가장 많이 매입한 지역은 노원구(1436건)로 나타났다. 강서구가 947건으로 2위다. 이어 구로구 789건, 성북구 679건, 도봉구 574건, 영등포구 568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자금력이 부족한 젊은 층이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를 찾은 결과로 풀이된다.

젊은 층의 매수세가 몰리다 보니 이들 지역 집값 오름세도 가파르다. 노원구는 지난 4월 둘째주 이후 8월 둘째주까지 18주 연속 서울 25개 자치구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하는 중이다. 도봉구도 8월 둘째주 0.28% 올라 서울 평균 상승률(0.20%)을 훨씬 웃돌았다.

아파트가 오르자 빌라 등 비(非)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매매거래된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은 총 4만3444가구로, 이 중 30대 이하가 사들인 주택이 24.6%(1만678가구)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19.5%)보다 5.1%포인트, 지난해 하반기(23.2%) 대비 1.4%포인트 늘었다.

30대 이하의 비(非)아파트 매수 비중이 가장 큰 지역은 마포구(35.4%)로 나타났다. 이어 용산구(34.2%), 양천구(31.9%), 성동구(29.6%), 강서구(29.0%), 서초구(28.5%) 등이 뒤를 이었다. 아파트보다 상품 경쟁력은 약하지만 입지 경쟁력을 갖춘 도심 인근으로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