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 추진을 미루는 노후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재건축은 사업 속도가 빠를수록 좋다. 사업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안전진단을 보류하는 곳이 나오는 것은 왜일까. 평가에서 최종 탈락하는 아파트들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노원구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는 최근 재건축을 위한 적정성 검토 진행을 최근 보류하기로 했다. 이 단지는 지난 4월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조건부로 통과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현지조사)-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순으로 진행된다.

상계주공6단지 관계자는 “안전진단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하반기 계획 중이었던 적정성 검토를 내년으로 미뤘다”고 설명했다.

노원구 하계동 ‘하계장미’도 안전진단 속도 조절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3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이 단지는 당초 이달 노원구에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더라도 정부에서 공식적인 안전진단 완화 기조가 나오기 전까지 적정성 검토를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양천구 목동도 ‘눈치 보기’가 길어지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국토안전관리원)이 요청한 적정성 검토 보완 보고서 작성 기간을 연장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일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노후 아파트가 재건축 안전진단 추진을 꺼리는 건 적정성 검토 문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만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 노원구 공릉동 ‘태릉우성’, 양천구 목동 ‘목동11단지’가 적정성 검토 단계에서 최종 탈락했다. 2차 안전진단 현장조사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지난해 ‘6·17 대책’ 이후 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서울 아파트는 도봉구 ‘삼환도봉’뿐이다.

"차라리 내년에"…잇단 퇴짜에 안전진단 보류 속출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30년 준공 연한을 채운 재건축 단지는 대부분 녹물, 주차 문제 등 주거 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이에 강동구는 ‘고덕주공9단지’가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한 뒤 담당 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