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관료들, 대국민 담화 발표했지만
세종자이 더 시티, 특공+일반 24만명 청약

이전 공무원 특공폐지에 중대형 추첨 물량까지
"실거주 없이 시세차익 4억…수도권 집값보다 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첫번째)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첫번째)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하면서 '집값 고점', '집값 하락 경고'를 쏟아냈지만, 국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한 세종시에 몰려든 1순위 통장이 22만개를 넘게 몰렸다. 세종시 집값이 치솟을대로 치솟으면서 세종 아파트 청약은 '전국단위 로또 청약'이 돼버렸다.

2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날 1순위 청약을 받은 '세종자이 더 시티' 아파트는 1106가구를 모집하는데 22만842명이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 199.7대 1을 나타냈다. 전날 진행했던 특별공급(특공)에서는 244가구에 2만2698명이 접수해 평균 93.0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세종시 이전기관 공무원 특별공급 폐지 후 이뤄지는 첫 분양이었는데 23가구가 배정된 생애최초에 1만1725명이 접수했다. 이로써 이 단지에만 청약한 인원은 24만3540명에 달하게 됐다.

세종시는 전국구 청약이 가능하다. 세종은 물론 전국에서 1순위 세대주라면 청약이 된다는 얘기다. 전용면적 85㎡ 초과 타입은 추첨으로도 당첨될 수 있는데, 이 아파트에서 나온 물량만 1200가구가 됐다. 추첨제 물량은 유주택자라도 기존 주택 처분 서약을 하면 당첨이 가능하다보니 전국에서 1순위 통장 빨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세종자이 더 시티는 38개 주택형에서 청약을 받았다. 모두 1순위 청약을 마감했고, 당해지역인 세종시보다 전국단위의 기타지역에서 수천명 내지 수만명의 청약자들이 몰렸다. 1순위에서 가장 많은 통장이 몰린 주택형은 물량이 가장 많았던 전용면적 101㎡B형이었다. 384가구를 모집하는데 해당지역인 세종시에서는 9291명이 몰렸고, 전국단위인 기타지역에서는 6만1592명이 신청했다.
'세종자이 더 시티' 조감도

'세종자이 더 시티' 조감도

네 자릿수의 경쟁률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워낙 주택형이 세분화되다보니 모집하는 가구수가 적은 탓도 있다. 전용 84㎡A, 84㎡P, 93㎡A 등 3개 주택형의 기타지역에서 천단위의 경쟁률이 나왔다.

세종자이 더 시티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367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최고 4억8867만원 수준인데, 주변에 준공된 아파트와 비교하면 2억~4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물론 전매제한은 있다. 일반공급 4년, 특별공급 5년이다. 다만 실거주 의무가 없다보니 전월세를 줬다가 전매제한 기간이 지나면 되팔아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

수도권에 비해 낮은 분양가에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보니 수십만개의 통장들이 모였지만, 공교롭게도 이날은 정부 고위관료들이 부동산에 대해 할말이 있다며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날이기도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었다. 홍 부총리는 '집값 고점'을 경고했고, 노 장관은 추가적인 공급확대를 예고했으며, 은 위원장은 대출규제를 약속했다.

이러한 경고와 예고는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부동산 카페를 비롯해 예비청약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전매 막거나 실거주의무까지 생기는 게 아니냐"며 되레 청약을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정부가 대책이나 규제를 발표할 때마다 집값이 오르거나, 집을 사기 어려운 조건들이 생겨난 탓이다. 청약규제가 강화되거나 대출이 강화되면 세종시 청약의 기회마저 날릴 수 있다는 분위기도 한 몫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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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홍 부총리는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올해 하반기 조기 청약이 이뤄진다는 점, 전문가들의 고점 인식, 금리 인상과 유동성 관리 가능성 등 대내외적 환경 등을 판단해볼 때 주택가격은 일정 부분 조정의 여지가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의 하향 조정 내지 가격조정이 이뤄진다면 , 시장의 예측보다는 좀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도 있겠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지금 아파트 실질가격과 주택구입 부담지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주택가격 수준·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택가격전망 CSI 등 관련 심리지표를 보면 시장수급과 별개로 불확실성 등을 토대로 막연한 상승 기대심리가 형성된 모습"이라며 "과도한 수익 기대심리를 제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각종 기관들의 조사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국제기구가 과도하게 상승한 주택가격의 조정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고,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부동산 전문가 패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응답자의 94.6%가 현 주택가격 수준이 고평가됐다고 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불안감에 의한 추격매수보다 향후 시장과 유동성 상황, 객관적 지표, 다수 전문가 의견 등에 귀 기울이며 진중하게 결정해야 할 때다"라고 당부했다.

이날은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신규택지에 대한 사전청약을 받기 시작한 날이기도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이날 사전청약을 받는 홈페이지에는 20만명이 다녀갔다. 오전 10시 홈페이지 오픈 직후에는 접속자가 몰리면서 홈페이지 접속을 위해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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