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파트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구 아파트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구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미분양 아파트가 급격히 늘더니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에서도 1순위 미달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현지에서는 아파트 공급과잉과 과도한 분양가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대구는 지난해 12월 규제지역으로 전역이 묶인 가운데 공급이 쏟아졌다. 공급이 늘어나면 분양가가 떨어져야 하지만, 되레 분양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요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아파트 분양이 대규모로 예정돼 시장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지역 지정 후…청약률 떨어지고 미분양 나와

1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이 수성구 수성동에서 분양한 '더샵 수성오클레어'가 1순위에서 미달을 기록했다. 3개 주택형에서 260가구를 모집했는데, 70가구를 모집하는 전용 50㎡에 37명만 신청한 것이다. 나머지 주택형은 모집가구를 채웠지만, 예비당첨자를 채우지 못해 추가 신청자를 받는다.

수성구는 지난 1월만해도 대우건설이 파동에 공급한 '수성 더팰리스 푸르지오 더샵'은 1순위에서 820가구를 모집하는데 5020건이 접수됐다. 평균경쟁률이 6.12대 1을 보일 정도였다.

이후 대구 외곽부터 분양시장이 가라앉기 시작하더니 지난 4월에 수성구 파동에 공급한 '수성 해모로 하이엔'도 1순위에서 미달을 나타냈다. 795가구 중 576가구를 일반분양했던 이 단지는 계약자를 못 찾다가 결국 선착순 분양까지 내몰렸다.

외곽에서 시작된 미분양 여파가 중심부까지 향하면서 업계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대구에서 분양이 많은데, 분양대행사들이 현장에 뛰어들지를 가늠하고 있다"며 "미분양으로 자금이 묶이기 시작하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구는 이미 수년전에도 미분양을 시작으로 건설사의 부도까지 나왔던 지역이다"라며 "업계에서는 트라우마가 있다보니 하반기 분양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인 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수성구에서도 입지차이가 있긴 하지만, 미달·미분양이 나왔다는 자체가 시장에는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고도 했다.
대구 시내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구 시내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역 주민들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나의 아파트 문제이고 '거품 가격'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범어동에 살고 있는 박모씨는 "더샵 수성오클레어는 일반적인 학군지나 학원가와 거리가 있다"며 "평면도 그냥 그런데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8억원이나 하는 건 너무 과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성구에서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황금동 태왕아너스, 두산위브더제니스 등은 대형 아파트들이다. 황금동, 범어동 등에서 중형이 포함된 범어SK뷰, 힐스테이트 범어, 빌리브범어 등은 전용 84㎡의 실거래가가 15억원을 찍기도 했다. 최근 호가는 18억원에 이르지만 매물이 없는데다 워낙 거래가 없던 동네다보니 가격은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물론 이를 '시장침체의 조짐'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당분간 미분양 계속" vs "수성구는 다를 것"

가장 큰 문제는 공급과잉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1185가구로 전달보다 32.1%가 늘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 주택도 130가구로 전월(4월·86가구)보다 51.2%나 급증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이 역대 최저수준을 보이는데다 청약열기가 불타오르고 있지만, 대구만은 예외인 상황이 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구의 올해 아파트 분양은 3만4484가구가 예정됐다. 지난해(3만1241가구)에 이어 3만가구를 웃돌고 있다. 입주 예정 물량도 향후 3년간 6만8000여 가구에 달한다. 분양, 입주 등 공급이 넘치다보니 청약 열기는 빠르게 식었다.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대구의 아파트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17.3대 1 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6.4대 1로 떨어졌다.

대구 부동산 시장에 대해 현지 및 관련업계에서는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된다고 예상한다. 공급과잉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다 규제지역에서 벗어나기도 어렵다고 봐서다. 대구시는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지역별 조정대상지역 지정 해제를 요청했다. 지난해 12월 대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뒤 부동산 분위기가 위축됐다는 판단에서다. 8개 구·군 중 달성군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조정대상지역 해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토부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현 규제지역을 유지하되 향후 1~2개월 간 시장상황을 추가 모니터링 한 후 규제지역 일부 해제(읍면동 단위) 및 추가 지정 여부 등을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대구는 규제지역 해제요건을 채우지 못해 후보에도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 규제지역은 111곳에 달한다.

익명을 요청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몇년간 대구에서는 문만 열면 완판되는 아파트가 수두룩했다"며 "이제 분양권 거래도 막히고 대출까지 어려워 돈줄이 막히다보니 시장침체로 흐르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가격 및 분양가격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분양 사태는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