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줍줍' 자격…위례포레자이 또 부적격 나오나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신청 기준이 일관되지 않아 혼란이 커지고 있다. 부적격 당첨 등 단순 실수에 따른 물량은 세대원 모두 청약이 가능하지만 부정행위 등으로 인해 취소된 물량은 세대주로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서다. 임기응변식으로 대책이 마련되다 보니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 것도 우려된다.

1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경기 하남 학암동 ‘위례포레자이’ 전용면적 101㎡ 타입 1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는 8675명이 신청했다.

약 10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단지여서 9000 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단지 줍줍은 해당 지역(하남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무주택 세대주로 신청자격이 엄격하게 제한됐다. 하지만 신청자 가운데는 세대주가 아닌 세대구성원도 상당히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GS건설 관계자는 “서류심사 등을 통과해야 최종 당첨이 확정된다”며 “만약 서류심사에서 세대구성원이거나 하남시 거주자가 아닌 점이 드러나면 부적격이 돼 차순위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당첨자는 오는 16일 발표된다.

위례포레자이 청약에 세대구성원도 다수 신청한 것은 관련 기준이 복잡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 계약 취소나 해지에 의해 발생한 물량(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19조 5)과 부정행위에 의해 취소된 물량(47조3)에 각각 다른 규정이 적용되지만 이 부분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단순 계약 취소에 의한 줍줍은 그동안 주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성인 누구나 신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28일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를 개정해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 세대주 또는 세대원’으로 요건을 강화했다. 과거 성인이라면 누구나 가능했던 줍줍 청약이 해당 지역 세대구성원만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위례포레자이 1가구는 불법전매 등 부정 청약으로 취소된 물량으로 이번 개정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부정 청약은 과거부터 47조 3에 따라 해당 지역 세대주만 신청이 가능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다 같은 줍줍인데 자격이 달라 혼란이 있다”며 “줍줍 제도를 개선하면서 이런 문제를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땜질식 개선에 나서다 보니 나타나는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줍줍 관련 규정은 유주택자나 다주택자가 당첨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논란을 빚자 부랴부랴 만들어졌다. 처음엔 1·2순위 예비당첨자 수를 공급 물량의 5배까지 늘리더니, 다시 자격 요건을 크게 강화해 진입 문턱을 높였다.

이번 정부 들어 이런 식으로 20번 넘게 청약 관련 개정이 이뤄지다 보니 수요자 입장에서 예측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 한편 국토부 관계자는 “수요자의 혼란을 줄이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 개정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