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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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상위 2%'에게만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위 2%가 아닌 사람들도 상당수 종부세를 내야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시가격 제도의 허점으로 인한 주택 종류에 따른 차이를 반영하지 않아 2% 기준을 넘어서는 3만여곳의 공동주택이 과세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사상 초유의 반올림 과세 방안도 추진되면서 곳곳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만명, 안내도 되는 종부세 낸다

12일 국토교통부의 공시가격 자료를 유경준 국민의힘 부동산공시가격검증센터장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위 2%에게 종부세를 부과하겠다며 여당이 제출한 종부세법 개정안이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의 차이로 인한 과세 불평등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 현실화율은 70.2%로 높은 반면, 단독주택은 55.8%로 낮은 편이다. 그런데 이같은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합산해 상위 2% 기준을 만들면서 2% 범위에서 벗어나는 아파트 소유주들이 종부세를 내게 됐다는 지적이다.

여당과 정부가 제시한 2% 기준선은 10억6800만원이다. 공동주택 중 33만5302호가 이 기준을 넘는다. 하지만 실제 공동주택 중 상위 2%에 해당하는 공시가격은 11억5400만원이다. 10억6800만~11억5400만원 구간의 약 5만1100호는 상위 2%가 아닌데도 종부세 대상이 되는 셈이다. 정부와 여당이 종부세법 시행령에서 기준을 11억원으로 높여 잡을 것이란 점을 고려해도 3만3175호가 내지 않아도 되는 종부세를 내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단독주택 소유주는 크게 혜택을 받게 된다. 실제 단독주택의 상위 2% 공시가격은 7억5000만원이다. 합산 공시가격 기준 2%에 해당하는 10억6800만원보다 크게 낮다. 7억5000만~10억6800만원 구간의 주택 소유주는 종부세를 내야하는 상위 2%에 해당하지만 세금을 내지 않게 된다. 이로 인해 단독주택 기준 상위 2%에 해당하는 8만2800호 중 5만호 가량이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돼 3만1785호(0.76%)만이 과세 대상이 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방식의 종부세법 개정이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공동주택 소유주라는 특정의 납세자를 불리하게 차별하고 있어서다.

사상 초유의 반올림 과세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차이로 종부세 역전 현상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 비싼 단독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더 싼 아파트 소유주는 종부세를 내는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할 것이란 지적이다.

시세 16억원인 아파트는 평균 현실화율 70.2%를 적용하면 공시가격이 11억2320만원이 되기 때문에 종부세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18억원짜리 단독주택은 현실화율이 55.8%로 낮아 공시가격이 10억440만원에 그친다.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 차별적인 방식인 점도 불합리한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상위 2%가 아닌 상위 10%에게 종부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상위 2%에 해당하는 주택의 86%가 서울에 소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세대상을 정할 때 ‘상위 2%에 해당하는 주택 공시가격에서 억원 미만은 반올림하여 정한다’라고 명시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공시가격 상위 2% 기준선에 해당하는 금액이 11억4000만원일 경우에는 최종 과세대상이 11억원으로 정해지면서 상위 2%에 못 미치는 주택을 보유한 11억∼11억4000만원 구간 주택 소유자들도 종부세를 내야해서다.

유경준 센터장은 "여당이 표를 의식해 국민 갈라치기식 2% 종부세를 이야기하더니 유례없는 반올림 세금까지 만들어냈다"며 "아파트에 사는 사람에게 종부세를 집중하고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오히려 감면해 주는 것은 명백한 조세평등주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