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내에 있는 빌라 밀집 지역. / 사진=이송렬 기자
인천시 내에 있는 빌라 밀집 지역. / 사진=이송렬 기자
서울시 은평구에 빌라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직장인 최모씨(31). 직장을 옮기면서 인천에서 빌라 전세를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서울만큼이나 인천의 빌라 전셋값도 높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서울을 떠나 집을 구하면 여윳돈이 좀 생길 줄 알았는데, 그동안 전셋값이 너무 올라버렸다"며 "전세매물도 거의 없고 월세만 있는 점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무주택 2030세대들이 집 걱정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금사정이 여유롭지 못하다보니 최씨와 같이 빌라(다세대·연립의 통칭) 전세라도 거주하고 싶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전세매물은 급격히 줄어든데다 전셋값이 올라서다. 결국 월세로 내몰리거나 더 외곽으로 전세를 알아봐야하는 처지가 되고 있다.

비교적 낮은 가격에 내 집 마련이나 전셋집 마련이 가능했던 인천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뚜렷하다. 새로운 임대차법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든 상황에서 서울에서 밀려난 실수요자들이 유입되고 있어서다. 재개발을 노린 투자수요까지 보태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치솟는 수도권 빌라값

2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시계열 통계자료에 따르면 6월 인천광역시 빌라 연립 전세가격지수는 107.1로 전월보다 0.3포인트 늘어났다. 이 지역의 전셋값은 2019년 12월(99.8) 이후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올랐다.

경기도 역시 이 같은 흐름이다. 6월 경기도 빌라 매매가격지수는 113.7로 2019년 4월(99.8) 이후로 2년 3개월 연속 올랐다. 전셋값도 2019년 9월 이후 1년 11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상승률로 보면 더 뚜렷하다. 서울 연립 전세가격지수는 지난달 113.9로 지난 1월보다 (110.8) 2.75% 상승했는데, 인천은 같은 기간 3.20% 뛰어 서울보다 0.44%포인트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천시 한 공인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재개발 관련 내용. 사진=이송렬 기자
인천시 한 공인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재개발 관련 내용. 사진=이송렬 기자

임대차 3법에 재개발 투자 수요까지

전세 물량이 귀해진 이유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영향이 크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임대인은 이를 거절하기 힘들다. 기존 세입자가 전세를 계속 살면서 물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전세값이 올라갔다는 설명이다.

인천 부평구 부개동의 W빌라 전용 47㎡은 올해 1월 1억35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체결됐다. 지난해 1월 같은 면적이 8000만원에 전세가 나간 것에 비하면 1년 만에 68.7% 오른 셈이다.

인천 부평구 부개동 S공인 중개 관계자는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2법 영향으로 빌라 물량 자체 줄어들었다"며 "집주인들이 최근에는 전세보다는 월세를 더 선호해 전세 물량은 더 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재개발 추진이 활발해진 영향도 받고 있다. 갭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전셋값도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이 재개발 빌라에 투자를 할 때 투자금을 줄이기 위해 전셋값을 올려 받고 있다. 그나마도 전세 매물이 없다보니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보증금을 치를 수 밖에 없다.

부평구 부평동 B공인 중개 대표는 "재개발 빌라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투자금을 줄이기 위해 전셋값을 올려 받아 갭투자를 한다"며 "이 같은 상황이 전셋값 상승에 부채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세 살펴보고 있는 시민. 사진=뉴스1
시세 살펴보고 있는 시민. 사진=뉴스1

실수요자들 어쩌나

때문에 최 씨와 같이 2030세대로 전세를 전전해야 하는 사람들은 부담만 커지고 있다. 전세 물량 자체도 없고 찾는다 해도 전셋값이 너무 뛰어버린 탓이다. 집주인들이 전세에서 반전세 내지 월세로 전환하고 있는 분위기도 영향을 받고 있다. 당장 살 집을 구해야하는 실수요자들은 비싼 가격에 전세를 구하거나 월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수요자 입장에서 빌라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 자체가 올바른 현상은 아니다"며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아파트 대신 빌라는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빌라값 상승은 결국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내 집 마련을 이유로 빌라는 고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유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빌라 자체가 아파트보다 객관적으로 가격이 집계되지 않는 상품인데다 제때 팔기도 어려워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아파트는 시세 형성이 되지만 빌라의 경우에는 통상적인 시세가 없고,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내 집 마련이 급해 빌라를 매수하려한다면 한 번 더 고민해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