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와 주거를 동시에?…변종 분양상품 '기승'
업무와 주거를 한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이른바 ‘라이브오피스’가 수도권에서 잇따라 분양되고 있다. 주택 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지자 지식산업센터를 중심으로 나타난 변종 상품이다. 업무시설인데 주거가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화성 동탄신도시 등 경기도 주요 지역에서 지식산업센터가 라이브오피스란 이름으로 분양되고 있다. 라이브오피스는 말 그대로 거주(live)가 가능한 사무실(office)이라는 뜻이다. 사무실 안에 화장실과 다락 등을 설치해 업무와 휴식은 물론 주거도 가능하다는 콘셉트를 내세운다. 경기 동탄에서만 지난 4월 W스페이스타워가 라이브오피스(260실)를 분양한 데 이어 이달 힐스테이트멀티플라이어(678실)가 분양을 준비 중이다. 수원 영통, 인천 송도 등에서도 주거가 가능한 오피스 분양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주택과 달리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게 강점이다.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조건에 따라 취득세와 재산세도 감면받을 수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과 오피스의 장점을 모두 갖춘 신개념 상품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임대사업을 하는 사람 등에 최적화한 투자 상품”이라고 말했다.

라이브오피스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집값 상승이 본격화한 2017년께다. 섹션오피스 내에 별도로 화장실을 지을 수 있도록 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오피스라도 공용화장실이 아닌 개인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오피스텔처럼 활용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당초 지식산업센터 중심이었지만 수분양자에게 호응을 얻자 일반 업무시설에까지 라이브오피스가 등장하는 추세다.

도시형 공장과 업무시설 등에 특화한 자족용지가 과도하게 공급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업무시설 대비 주거용지가 부족한 2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변종 상품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선 기본적으로 불법인 데다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업무시설을 짓는 조건으로 싸게 분양받아놓고 개인들에게 주거까지 가능한 라이브오피스라고 홍보하며 웃돈을 받는 것”이라며 “주차장 문제, 교통혼잡, 복지시설 부족 등 각종 사회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섹션오피스 내 화장실을 짓는 것 자체가 건축법 위반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지식산업센터를 관할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개인 화장실 건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가산업단지가 아닌 곳에 들어서는 지식산업센터는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기 때문에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다”며 “업무시설을 주거용으로 홍보하거나 실제 주거에 이용한다면 명백한 처벌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