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정일이 시행 시점
재개발 120, 재건축 45곳 해당
여의도와 노량진·성수 등 포함

안전진단·구역지정 이후 매입
새 아파트 못받고 현금 청산

집 못팔아 사업 지연 가능성
매물 잠김…가격 더 오를 수도
2010년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경DB

2010년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경DB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이자 안전진단을 통과한 강남구 대치동 은마, 여의도 삼부·미성 등의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시기가 앞당겨진다. 관리처분인가 전인 대부분의 서울 재개발 사업도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을 전망이다. 개정 이후 새로 인허가를 받는 단지가 아닌 기존 단지들까지 규제 사정권에 포함하면서 거래의 씨가 마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은마, 한남 등 160여 곳 사정권
은마·한남도 '조합원 양도 금지' 적용 받는다

10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내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시기를 앞당기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개정되면 대치동 은마와 용산구 한남뉴타운 등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이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정부가 시행 시점을 특정 인허가일이 아니라 ‘법 시행일 이후 시·도지사가 지정하는 날부터’로 명시할 예정이어서다.

지금은 조합설립인가일(재건축), 관리처분인가일(재개발) 등 특정 시점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없다. 이 기간 이후 매입한 물건은 새 아파트를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법개정 후엔 재건축은 ‘안전진단 통과~조합설립 전 시·도지사가 지정하는 날’이 기준일이 된다. 재개발은 ‘정비구역 지정~관리처분 전’ 기간에 특정 날짜를 지정할 수 있다. 서울뿐 아니라 과천 성남분당 광명 하남 등 경기도 내 투기과열지구도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다.

특정 인허가일이 아니라 시·도지사가 지정한 날을 기준일로 정하면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는 단지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했어도 조합설립이 안 됐거나(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어도 관리처분 전(재개발)이라면 언제든 서울시장이 기준일을 정할 수 있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정 인허가일을 정하면 직전에 매수세가 과도하게 쏠릴 수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장이 시장이나 구역 상황 등을 감안해 유연하게 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20년 가까이 조합설립이 안되고 있는 은마와 마스터플랜 보류 등으로 장기간 발이 묶였던 삼부 목화 장미 화랑 등 여의도 대부분의 재건축 아파트도 양도금지일이 앞당겨지게 됐다. 재건축보다 사업 완료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재개발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성동구 성수정비전략구역을 포함해 한남뉴타운, 노량진뉴타운 등 주요 지역의 재개발 구역이 규제 사정권에 들게 된다. 노량진뉴타운의 경우 진행 중인 8개 사업구역 가운데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은 3곳뿐이다. 한남뉴타운 역시 가장 속도가 빠른 3구역조차 사업시행인가 단계다.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에서 정비구역 지정 후 관리처분인가 전 단계인 재개발 구역은 120개, 안전진단통과 후 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는 재건축조합은 45곳이다.
“사실상 소급적용” 논란
양도금지 시기가 앞당겨지더라도 기존 법에서 명시된 예외 사유는 적용받을 수 있다. 도정법에 따르면 안전진단 통과나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 설립 이후 2년간 사업이 다음 단계로 진척되지 못했을 때 예외적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를 허용한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에는 이 같은 예외조차 허용해주지 않기로 했다. 서울에선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등 대규모 개발 호재로 잠실동·삼성동·청담동·대치동이, 정비사업 기대심리가 큰 압구정동·여의도동·목동·성수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도 10년 보유, 5년 거주한 조합원은 한 차례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시장에선 거래 급감, 수요 쏠림으로 인한 국지적 가격불안 등을 우려했다. 이번 법개정안이 조합 입장에서 사실상 소급적용이라는 논란도 거세다. 재개발에 대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규정이 만들어질 때는 2018년 1월 24일 이후 새롭게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구역부터 달라진 규제를 적용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추가 분담금을 낼 여력이 없는 영세 조합원들이 집을 팔 수 있는 길이 막히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되거나 지연되는 등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 처분이 어려워진 기존 소유주의 불만이 커질 것”이라며 “매물 잠김이 심화되면서 수요가 많은 지역 가격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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