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차익' 원베일리…현금부자만 청약 가능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훨씬 저렴해 ‘로또 분양’ 단지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조감도)가 이달 17일부터 일반 공급 청약을 받는다. 물량이 224가구로 많지 않지만,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40% 정도 낮아 당첨만 되면 1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모든 가구의 분양가가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9억원 초과’여서 현금 부자만을 위한 ‘로또 청약’ 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3㎡당 분양가 ‘역대 최고’

7일 래미안 원베일리 시공사 삼성물산에 따르면 이 단지는 17~18일 1순위, 21일 2순위 청약 신청을 받는다. ‘신반포3차’와 ‘경남’ 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하는 이 아파트는 지하 4층~지상 35층, 23개 동, 2990가구(전용면적 46~234㎡)로 지어진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 46~74㎡ 224가구다. 25일 당첨자 발표, 다음달 9~13일 계약을 거쳐 2023년 8월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10억 차익' 원베일리…현금부자만 청약 가능
이 단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처음으로 적용됐다. 평균 분양가는 3.3㎡당 5653만원(최고가 5938만원)이다. 재건축·재개발로 분양되는 아파트 중 역대 최고가다. 전용별로 △46㎡ 9억500만~9억2370만원 △59㎡ 12억6500만~14억2500만원 △74㎡ 15억8000만~17억6000만원 등이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기 직전인 작년 7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3.3㎡당 4891만원의 분양가에 보증을 받고 분양을 준비했다. 하지만 조합 측이 기대한 분양가(5700만원)와 차이가 너무 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것으로 돌아섰다.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에 정부가 정한 표준 건축비를 더해 분양가를 정하는 방식이다. 당초 정비업계에서는 래미안 원베일리가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분양가가 10~20%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공시지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역대 최고가로 분양에 나서게 됐다.

업계에서는 래미안 원베일리가 반포동 새 ‘대장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옆에 있는 국내 최고가 아파트 ‘아크로 리버파크’(1612가구·2016년 8월 준공) 시세가 3.3㎡당 1억원을 웃돌고 있는 만큼 당첨되면 3.3㎡당 5000만원 안팎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크로 리버파크 전용 59㎡는 지난달 11일 26억885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썼다.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59㎡ 최고 분양가(14억2500만원)보다 13억원가량 비싼 수준이다.

모든 가구 잔금 대출 힘들 듯

다만 래미안 원베일리는 ‘청약 장벽’이 상당히 높다. 모든 가구가 분양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가령 전용 59㎡에 당첨됐다면 최소 11억원 이상의 현금을 갖고 있어야 계약금과 중도금을 치를 수 있다. 신혼부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등에게 공급하는 특별 공급 물량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2018년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 9억원을 넘는 아파트에 대해 특별 공급을 없앴다.

전용 74㎡는 분양가가 15억원을 넘어 입주 시 잔금 대출도 불가능하다. 당첨 후 3년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해 전세를 놓고 분양 잔금을 치르는 길도 막혀 있다. 10년간 분양권 전매도 제한된다. 반포동 A공인 관계자는 “입주 시점에는 모든 가구 시세가 15억원을 넘겨 잔금 대출을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사실상 집값을 전액 현금으로 마련해야 할 수 있는 실수요자에게만 청약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라고 했다.

높은 장벽에도 불구하고 ‘똘똘한 한 채’를 원하는 현금 부자들이 대거 청약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청약 고(高)가점자들은 무주택·통장 가입기간이 대부분 만점이어서 부양가족 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4인 가구가 얻을 수 있는 최고 가점인 69점 이상, 가장 큰 전용 74㎡의 경우 72점은 돼야 당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