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접한 우성3차 및 현대1차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경남아파트. /김범준  기자
인접한 우성3차 및 현대1차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경남아파트. /김범준 기자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와 양도소득세가 크게 오르는 6월 1일 전에 집을 안 팔았다는 건 끝까지 버티겠다는 겁니다. 팔자는 매물이 정말 귀하기 때문에 지금 집을 사려면 신고가에 잡을 수밖에 없어요.”(서울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

세 부담이 크게 높아졌지만 멈칫하던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매물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으로 규제 완화 기대가 커지자 집값은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서초동 재건축 이주가 시작된 것이 불에 기름을 부었다.
개포우성 26.5억 → 28.9억…패닉바잉 이후 최대폭 뛴 서울 집값

다시 불안해진 집값

공공 주도 개발로 공급을 크게 늘리는 ‘2·4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매수세는 잠잠해졌다. 그러나 ‘4·7 보궐선거’로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자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로 집값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오 시장이 부랴부랴 추가로 압구정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당장 재건축 규제 완화는 힘들다는 식으로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2·4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 2월 첫째주(0.10%)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폭을 줄여온 서울 아파트값은 4월 첫째주 상승률 0.05%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하기 시작해 지난달 31일 기준 0.11%까지 올랐다. 여기에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가 재건축을 위한 철거를 위해 이주를 시작하자 서초구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전셋값이 오르면 매매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는다. 강남구 개포동 ‘우성3차’ 전용면적 133㎡는 지난달 28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12월(26억5000만원)보다 5개월 만에 2억원 넘게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개포동 ‘경남’ 및 ‘현대1차’와 더불어 이른바 ‘경우현’으로 묶이는 단지로, 오 시장 취임 이후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 전용 164㎡도 지난달 40억원에 거래돼 3월(35억원) 대비 5억원 올랐다.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는 노원구 상계주공 일대에서도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이달부터 절세용 급매가 사라지면서 매물 잠김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며 “수급불균형에 따른 오름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도권으로 상승세 확산되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핵심지역 공급이 부족해 서울 집값이 당분간 떨어질 일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세 부담에도 집주인들이 버티기에 들어갔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6월 1일부터 다주택자 등의 양도세율이 크게 높아져 그 전에 매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매도보다는 증여가 많았다. 4월 서울 주택 증여 건수는 3039건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남구 도곡동의 공인중개사는 “그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으로 강남 집값이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인식이 많다”며 “강북 등의 집을 정리하고 강남에 입성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이유”라고 말했다.

서울 집값 상승세는 수도권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 139㎡는 4월 35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9월 30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5억원 넘게 올랐다. 화성 동탄2신도시 ‘동탄역롯데캐슬트리니티’ 전용 102㎡ 분양권은 지난달 10일 18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한 달 만에 1억원 이상 올랐다.

전세 매물 ‘제로단지’ 등장

전셋값 상승세도 심상찮다. 이번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서초구(0.26%)는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 반포동 ‘반포센트럴자이’는 총 757가구 중 전세 매물로 나온 물량이 현재 ‘제로(0)’다. 이 단지 외에 강남에서는 월세(반전세 포함)가 대세이고, 전세 매물은 갈수록 귀해지고 있다. 가격도 올라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전셋값은 25억원까지 치솟았다.

‘전세난’에 밀려난 재건축 이주 수요가 인근 노량진동, 흑석동 등으로 옮겨가면서 동작구 전셋값 상승률도 지난주 0.06%에서 이번주 0.10%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