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작년 7월 말 시행된 '임대차 3법'이 우려대로 결국 서민과 중산층을 저격했다. 서울에서 서민과 중산층이 많은 강북 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이 5억원을 돌파한 점이 움직일수 없는 증거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강북 14개구의 5월 평균 아파트 전세가는 5억115만원으로 5억원을 돌파했다. 작년 7월 4억원을 넘어선 직후 임대차 3법이 시행됐고, 그로부터 불과 10개월 만에 전세값이 1억원이나 뛴 것이다. 성실하게 일하며 악착같이 모아도 한해 1~2천만원 저축이 만만치 않은 데 서민·중산층 주거지의 전세값이 연 1억원씩 오르는 상황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도 전세값 조차 따라가지 못해 더 열악한 환경으로 이사해야 하는 이들의 울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서민·중산층을 주거지옥으로 몰아넣은 전세시장 왜곡의 주범을 하나만 꼽자면 지난해 거대여당이 폭주 입법한 '임대차 3법'이다. 강북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3억원(2015년 11월)에서 4억원(2020년 7월)으로 1억원 올라서는 데 4년 8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이후 불과 10개월만에 다시 1억원이 올랐고, 임대차3법의 시행과 정확히 시기가 맞아떨어진다. 이를 아파트 전세시장의 핵심 수요자도 아닌 '1인 가구' 증가 등의 영향이라고 우긴다면 어불성설이다.

임대차 3법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전월세신고제를 도입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말한다. 이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작년 7월 31일, 전월세 신고제는 이달 1일부터 시행됐다. 임대차 3법 도입당시 거대 여당은 전세기간 4년(2년+2년)을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을 5% 이내로 제한하며 "세입자를 위한 법"이라고 큰 소리쳤다. 하지만 오히려 세입자를 부동산 지옥으로 밀어넣는 역설에 맞닥뜨리고 말았다.

이는 많은 전문가들이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합리적 선을 넘은 과잉규제가 전세집 공급부족을 불러 가격상승을 부를 것이란 게 시장의 우려였다. 이 우려는 임대차 3법 시행을 전후해 현실화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여러 세입자가 임대료 동결 주택에 눌러앉으면서 입주가능한 전세 매물이 급감했고, 신규세입자가 추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것까지 반영하다보니 전세가는 더 가파른 오름세다. 임대계약 건수 자체도 크게 줄어 서울아파트 전세값은 무려 100주 연속 상승중이다.

매매가 동향도 비슷하다. 서울 아파트는 평균 시세는 강북이 8억8823만원,강남은 12억3074만원이다. 왠만한 직장인이 월급을 한 푼도 안쓰도 20~30년이 지나야 모을 수 있는 돈이다. 수도권도 큰 차이없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6억9652만원으로 7억원 돌파가 눈앞이다. 작년 8월(5억8943만원)과 비교하면 불과 9개월 만에 1억원이 뛰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내집 마련이 불가능하니 청년들도 가장들도 투기판으로 변해버린 코인시장을 기웃거리고,한탕 베팅을 찾아헤맬 수밖에 없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임대차 3법의 마지막 퍼즐 '전월세 신고제'가 어제 시행됐다. 보증금 6000만원,월세 30만원을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시 소재지 관청에 계약 정보를 신고해야 하는 제도다. 신고된 정보가 과세자료로 활용될 것을 우려해 반전세나 월세가 가속화돼 전세시장 불안이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여기에다 폐지수순에 돌입한 임대사업자 등록제도 역시 저렴한 전세를 급감시킬 전망이다.

잘못된 입법의 피해가 이리 적나라하지만 폭주 여당은 여전히 딴 세상이다. 징벌적 과세가 매물을 더 잠기게 하고 세금은 세입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은 바로 자신들의 폭주 입법의 결과가 수없이 입증했다.그런데도 오른 집값에 징벌적 과세를 매겨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다는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얄팍한 계산 뿐이다. 궤도이탈한 정책을 정상화시켜 주거 지옥을 해소하는 데는 무관심하고 부자를 투기꾼으로 몰아 표를 얻는 일만 열심이다. 참 신물나는 '부동산 정치'다.

백광엽 논설위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