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임대 폐지는 임대시장 매물잠김 등 부작용 초래할 수도"
"금리인상, 수요엔 마이너스 영향 분명하지만 다른 변수도 봐야"

여당이 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등 세제를 완화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폭을 확대하는 한편 등록임대사업자의 매물을 유도하는 방안을 내놓아 규제에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면 시장 불안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기에다 한국은행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해 부동산시장에서 여러 변수가 고차방정식으로 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여당의 세제와 대출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매입임대 폐지 등 등록임대 개편 방안 등에 대해선 임대시장에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는다.

◇ 실수요자 세금·대출 규제 완화 '긍정적'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27일 발표한 '주택시장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에서는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이 아직 추가 논의의 여지를 남겨놨지만 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 "주택 세제·대출 완화는 실수요자에게 긍정적"
특위는 종부세의 경우 공시가격 상위 2%에만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시가격 대상주택이 단독주택과 아파트 도합 1천834만호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상위 2%는 36만7천호가량이 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시가격 상위 2%에 과세하는 방안은 합리적"이라며 "종부세가 원래 상위 1%를 대상으로 했으나 지금은 상위 4~5%까지 과세하는 형국이 됐는데, 이를 상위 2%까지로 축소한다는 안은 나름대로 개선된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상위 2% 부과안에 대해 "물가변동 등의 사회변화를 자연스럽게 반영하면서 과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 문제도 함께 고려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도세는 1가구1주택자의 비과세 기준금액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면서 양도 차익 규모별로 장기보유특별공제율 상한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선 장기 보유자들이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게 돼 반발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박 위원은 "양도 차익별 차등 적용은 고가주택은 똘똘한 한 채라도 세금 부담이 다소 커지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장기보유특별공제율 상한을 설정해 차등 적용하면 제도 시행을 앞두고 초고가 아파트 절세 매물이 일부 나올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에는 장기 보유자들의 반발도 예상되며, 강남권 매물이 잠기는 현상도 나타날 것 같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장기 보유에 대한 메리트를 없애 시장에서는 장기보유보단 어느 정도 가격이 되면 단타로 팔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산세 감면 대상 주택의 공시가격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한 데 대해선 예상된 내용이라는 반응과 함께 새롭게 세제 혜택을 받게 된 아파트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박원갑 위원은 "공시가격 6억~9억원인 구간, 즉 시세로 9억~14억원인 아파트가 재산세 경감 혜택을 받으니 수요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산세 감면 기준을 9억원으로 올린 것은 1가구1주택자의 혜택을 늘린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엔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금리 대상 주택가격을 3억원씩 올리면서 우대 수준은 10%포인트 올리는 방안도 들어있다.

과도한 대출규제로 내집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박탈감을 호소하는 실수요자에겐 긍정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 "주택 세제·대출 완화는 실수요자에게 긍정적"
하지만 다른 대출 규제가 강화됐고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 만족할만한 수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권대중 교수는 "무주택 세대주에 대한 LTV를 최대 20%포인트 올려주는 것은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미 주택 가격이 너무 올랐고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강화돼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날 발표에서 일산과 분당 등 1기 신도시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이 포함된 데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를 추가 대책으로 제시한 데 대해 깜짝 놀랐다"라며 "1기 신도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내용으로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전체 200만호 규모인데 잘못 건드렸다간 감당이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연구원은 "리모델링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재건축도 함께 고려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고, 심교언 교수는 "1기 신도시 리모델링도 쉽지는 않을 것이며 세대수 증가 효과도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폐지 수순으로 가는 등록임대…"부작용 우려"
이날 민주당 특위는 등록임대는 건설임대만 유지하고 매입임대는 신규 등록을 받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건물을 직접 지어 임대로 내놓는 건설임대는 주로 건설사들이 영위하는 사업이고 임대사업자의 등록임대 상당수가 매입임대라는 점에서 사실상 등록임대 제도의 폐지를 거론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매입임대 유형 폐지 등 등록임대 개선안에 대해선 임대시장의 매물만 잠기게 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박합수 위원은 "이런 안이 과연 시장에서 세입자 보호까지 병행해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다주택자의 매물이 빨리 나오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대사업 물량 중 아파트나 강남권 물량은 극소수인데, 그런 측면에서 수요자가 원하는 아파트 등 매물 확보는 기대만큼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연구원도 "임대사업자가 내놓는 매물 중 소형 평형 아파트나 비아파트는 지금 세간에서 요구되는 주택 유형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시장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한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대등록이 말소된 이후 6개월 내에 처분해야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박원갑 위원은 "임대차 기간이 사실상 4년인데 갭투자가 아니면 매수세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6개월 안에 팔라고 하는 것은 너무 촉박하다"며 "기간을 좀 더 길게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임대사업자 매입임대 혜택 폐지는 전월세신고제와 함께 당연히 갈 수순이었다"며 "양도세 중과세 때문에 매물이 과연 얼마나 나올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금리인상 카운트다운, 수요 진정효과 있을까
이 와중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내에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경고해 부동산 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리가 오르면 주택 관련 대출 비용도 올라가기에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미 주식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인사들의 테이퍼링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서 적잖은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은 부동산시장 수요 위축 요인임은 분명하다면서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을 다각도로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합수 위원은 "기존에 대출을 받아서 내집마련한 수요자들이 많아서 금리에 따라서 그들의 상환부담이 확연히 커질 수 있으며, 특히 상업용부동산 시장은 임대료는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자만 늘어나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랩장은 "금리 인상은 수요자 입장에선 악재"라며 "레버리지 효과가 떨어지기도 하고 이자 비용이 높아져 자금조달 사정이 좋아지지 않으니 악영향이 있을 것이며, 가격 상승에 제동을 거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함 랩장은 "미국도 금리는 내년 하반기 쯤에 올리는 것을 얘기하고 있고 우리도 당장 연내는 어렵고 내년에야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주택 세제·대출 완화는 실수요자에게 긍정적"
심교언 교수는 "금리인상이 된다면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는 무조건 마이너스 영향을 받는다"라면서도 "하지만 금리 뿐 아니라 나머지 경제 상황을 다 봐야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건축 추진 등도 있어 금리인상 그 자체가 부동산시장을 약세장으로 돌리기엔 약한 것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이은형 연구원은 "재정당국이 중요시하는 것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금리 인상이 실행되더라도 개인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소폭 조정될 것이어서 부동산시장의 매수 수요를 움츠러들게 하는 등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지금으로서는 시중 유동성 증가와 입주물량 부족 등에 따른 집값 상승 가능성이 더 우세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권대중 교수는 "이주열 총재의 발언은 가계부채가 1천700조원을 넘은 가운데 부채 관리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며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기존 변동금리로 받았던 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꿀 수 있는 상품이 나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